![KB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 사옥. [출처=각 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206_689295_2654.jpg)
생명보험사들이 금융지주 내 '조연' 위치에서 벗어나 핵심 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다. 카드사 부진 속 생보 계열사가 비은행 부문 실적 방어 역할을 하면서다.
특히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그룹의 생보사 인수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올 상반기 은행 중심의 실적 개선세를 보였지만, 비은행 부문은 부진했다. 비은행 계열사 중 두각을 나타낸 것은 생보사들이었다.
신한금융지주의 신한라이프는 올 상반기 344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보험영업손익과 연납화보험료(APE)는 각각 3698억원, 6870억원으로 전년보다 9.1%, 14.6% 줄었지만, 투자손익이 1281억원으로 70.5% 급증하며 순이익을 방어했다. 금리 하락과 주가 상승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신한라이프는 그룹 전체 순익 기여도에서 11.3%를 차지해 신한은행(74.9%)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2위였던 신한카드(8.1%)를 앞선 수치다.
신한카드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고금리 시대 발행한 채권의 높은 조달비용 부담 등으로 상반기 순이익이 2466억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35.0% 급감했다.
반면 신한라이프는 지난 2019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후 2021년 신한생명과 합병 후 4년여의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그룹의 생보 계열사인 KB라이프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2020년 우량 생보사였던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후 2023년 기존 KB생명과 합병해 통합법인인 KB라이프를 출범했다.
올 상반기 KB라이프의 순이익은 1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보험영업손익은 1517억원으로 전년보다 7.4% 줄었지만, 투자손익이 1098억원으로 11.0% 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KB라이프는 그룹의 이익 기여도에서 성과를 냈다. 지난해까지는 비은행 부문 4위였지만, KB국민카드의 실적 부진으로 올 상반기 3위로 올라섰다.
KB국민은행의 순익 비중은 63.7%였고, KB손해보험(16.2%), KB증권(9.9%)에 이어 KB라이프가 5.5%를 기록했다. KB국민카드는 5.3%로 밀려났다.
KB국민카드 역시 카드 수수료 수입 감소와 채권매각 비용 증가로 상반기 순익이 전년보다 29.1% 줄어든 1813억원에 그쳤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생보사 호실적을 바탕으로 금융지주 내 비중을 키워가면서 인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동양·ABL생명을 인수하며 생보 계열사를 갖게된 우리금융 역시 높은 은행 의존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금융이 인수한 동양·ABL생명은 올 3분기부터 실적 반영이 시작된다. 양 사가 합병할 경우 자산 기준으로 생보업계 5위권에 이르는 대형 생보사가 탄생하는 만큼 순위 개편될지 관심도 큰 상황이다.
생보사들은 과거 저출산과 고령화, 경쟁 심화 등으로 업황 우려가 컸지만 보장기간이 길고 규모가 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그룹 내에서 위상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 능력에 따라 그룹 내 이익 기여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고려할 때 생보사의 전략적 가치 역시 재조명 되는 분위기다. 은행과의 연계로 방카슈랑스 판매를 끌어올릴 수 있고, 그룹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밀고 있는 시니어 사업에서도 주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금융그룹 내에서 카드·증권에 비해 생보사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지만, 최근들어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며 "시니어 금융과 계열사 간 연계 전략에서도 생보사의 활용도가 높아진 만큼 금융지주 내 생보 계열사의 위상이 재편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