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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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상반기 역대 최대 이익을 거둬들였지만 자축보다는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대통령의 이자장사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기업금융 등으로 대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두던 사업 모델은 한계에 달한지 오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을 도와 실물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해야한다는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연체율 관리 등은 과제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의 연체율은 가계대출의 3배에 달하는 만큼 건전성 관리에 정교한 작업이 요구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금융이 상반기 이자장사로 벌어들인 금액은 21조원에 달한다. 금리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보통 금리 하락기에는은행 수익성이 나빠지지만 금융지주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말보다 대체로 상승했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이자이익 5조7188억원을 기록해 작년 보다 1.4%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4조5138억원으로 2.7%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4조4911억원으로 2.5% 늘었다. KB금융의 이자이익은 6조3687억원으로 4대금융 중 규모가 가장 컸지만 유일하게 작년 보다 0.4% 줄었다.

이자이익에 기반해 4대금융지주들은 10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두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금융지주들이 대거 호실적을 기록하자 또 '이자장사'라는 키워드가 부각되고 있다. 사상 최대실적에도 자축하기 보다는 표정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융지주들은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 관세 이슈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등이 실적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은행권에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액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주문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금융기관을 향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하면서 금융위원회는 전일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협회장들을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서 '생산적 금융' 전환에 대해 협력을 논의했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대통령까지 한 마디 한 상황에서 은행권은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은행권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액을 절반으로 줄여 다시 제출했다. 강도 높은 6.27 가계부채 대책 때문에 하반기 대출 영업을 하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

결국 이자이익을 대체할 만한 수익원을 계속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카슈랑스, 연금 사업 등을 통해 비이자이익을 확보하고 있지만 정부는 그보다는 혁신적인 투자를 통한 금융 전환을 당부한 상태다. 

당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기업금융 확대다. KB국민은행은 국가전략산업 분야에 자금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실적 발표컨퍼런스콜을 통해 "기업대출 부분은 연간 6~7%대의 여신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신한은행은 우량 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하반기 소호대출과 기업대출 특판 한도를 증액한다. 

우리은행은 포용 금융의 일환으로 공급망금융 플랫폼인 '원비즈플라자' 가입 회원사를 올해 안에 10만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과 금융지원에 나선다.

다만 기업금융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는 구조다. 중기대출의 경우 경기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만큼 연체율 관리 등 건전성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신용모델도 정교하게 손봐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전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0.95%에 달한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32%)보다 3배 가량 높은 수치다.

더욱이 금융지주들은 밸류업 정책도 이행해야 하는 만큼 자본비율을 관리하려면 기업대출 확대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당국의 주문이 있기 전부터 기업금융 확대,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움직여왔다"며 "하반기가 진짜 은행들 간 진검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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