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7일 서울 강남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디지털 G2를 향한 첫 걸음’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이해선 기자]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7일 서울 강남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디지털 G2를 향한 첫 걸음’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이해선 기자]

디지털 시대의 국가 개념이 바뀌고 있다. 하드파워가 아닌 소프트파워로 주목받는 한국이 디지털 기반 시민권 플랫폼을 통해 세계 시민을 연결하는 새로운 모델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7일 서울 강남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디지털 G2를 향한 첫 걸음’ 포럼에서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한국형 디지털 시민권 플랫폼 구상을 밝히며 문화 중심 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을 디지털 질서 속에서 구체화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가 구성 요소로 통용됐던 영토 국민 주권의 개념이 물리적 경계를 벗어나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출생과 혈연 중심이었던 국적은 라이프스타일과 선택을 반영한 멤버십 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국가와 시민의 관계 역시 복종과 통제를 넘어 자발적 계약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군사력이나 경제력보다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문화력에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K팝 팬덤은 자발적 참여와 공동체적 응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러한 K에너지가 디지털 시민권 플랫폼을 통해 실체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UAE의 사례를 들어 각국이 디지털 시민권 또는 디지털 영주권을 통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공공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의 ‘TAMM’ 플랫폼은 외국인이 은행 계좌 개설부터 행정 민원까지 모바일로 해결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며 “수백 개의 민간 사업자가 이 시스템에 참여하며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 대상 기본 서비스조차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어, 플랫폼 접근성 측면에서 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안한 ‘K 디지털 시민권’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신분증(DID)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외국인은 이 디지털 ID를 통해 신원 인증을 받고 스테이블코인을 발급받아 한국의 자산에 투자하거나 결제할 수 있다.

K콘텐츠 IP, 토큰증권, 국내 스타트업의 서비스에 대한 투자 기회를 제공받는 구조다. 민원 서비스와 행정처리, 금융거래, 커뮤니티 활동 등은 AI 기반 에이전트를 통해 간편하게 연결된다.

김 대표는 “한국을 방문하는 수많은 외국인에게 진입 장벽 없는 디지털 환경을 제공하고, 이들이 스스로 시민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며 “디지털 시민권은 관광과 소비를 넘어선 체류와 연결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플랫폼이 공공 인프라로 출발하더라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서드파티 형태로 참여하면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의료 관광을 포함한 민감 정보 처리 과정에서도 블록체인과 영지식증명(ZKP) 기술을 활용해 프라이버시 보호와 데이터 주권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한국은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팬덤과 문화를 확산시킨 나라”라며 “이제는 그 에너지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정교하게 담아낼 차례”라고 말했다. 

그는 “에스토니아가 디지털 영주권으로 세계적 영향력을 확보했듯 한국도 디지털 시민권으로 글로벌 규범을 선도할 수 있다”며 “지금이 바로 그 전환점을 만들 적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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