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사옥.[출처=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 사옥.[출처=포스코이앤씨]

국내 7위 건설사 포스코이앤씨가 신용등급 'A+'를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들어 전국 각지에서 잇따른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신용평가사들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재무지표상 이미 하향 검토 기준인 트리거(방아쇠)를 당긴 상태여서, 시장에서는 방어보다는 강등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특히 강등이 현실화되면 발행 채권의 조기상환(풋옵션) 조건이 작동해 대규모 현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어 유동성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포스코이앤씨의 등급 하향 검토 기준 중 하나로 연결 영업이익률 3% 미만을 제시한다. 포스코이앤씨는 2023년 2.0%, 2024년 0.7%, 올해 1분기 1.3%로 3년 연속 기준을 밑돌았다. 단순 수치상으로만 보면 이미 강등 요건을 충족한 셈이다. 신평사 관계자는 "트리거를 밟았다는 것은 하향 요건을 수치상 충족했다는 의미"라며 "향후 실적 개선 가능성, 그룹 지원 여부, 추가 리스크 발생 여부에 따라 조정 시점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실적 부진이 단기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수익 구조는 최근 해외 수주 파이프라인이 약화되고, 계열 투자 감소로 국내 건축 사업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안전사고에 따른 평판 하락은 발주처 신뢰 저하로 직결돼, 신규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A+ 등급은 모회사 포스코그룹의 신용도(AA)와 계열 지원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결과다.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과 브랜드 신뢰가 방어막 역할을 해왔지만, 매각설이 현실화되면 상황은 급변한다. 과거 SK렌터카,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대기업에서 계열 분리된 기업들이 모두 등급 하락을 겪었고, 특히 사모펀드 인수 이후 자금 조달 비용이 급등해 재무 부담이 가중된 전례가 있다.

장외채권 시장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7월 3일 이후 거래대금 10억 원 이상의 장외거래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올해 상반기 발행한 1400억 원 규모 사모채에는 '등급 하락 시 조기상환' 조건이 명시됐다. 강등 시 해당 채권의 풋옵션이 발동되면 발행액 전액이 조기 상환 대상이 돼, 단기간에 수백억 원대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기 유동성을 급격히 악화시켜 신규 사업 투자와 운영자금 집행에 차질을 빚게 되고, 심할 경우 추가 차입 의존도를 높여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평판 리스크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전국 현장에서 4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으며, 사고는 경남 김해·의령, 대구, 경기 광명 등 아파트, 철도, 도로 공사 현장을 가리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징벌적 손해배상 등 법률상 가능한 모든 제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신평은 보고서에서 "안전사고 통제능력에 대한 신뢰 저하가 수주 경쟁력을 훼손하고, 이는 장기적인 영업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에서는 포스코이앤씨의 향후 시나리오를 세 갈래로 전망한다. 첫째, 그룹 계열사로 잔류하며 안전관리 강화와 수익성 회복, 해외 수주 확대에 성공해 단기 방어에 성공하는 경우다. 둘째, 매각설이 현실화되고 실적 개선에 실패해 등급 강등이 불가피한 경우다. 셋째, 정부 제재까지 겹쳐 유동성 위기가 가속화되는 경우다. 이 중 두 번째와 세 번째 시나리오는 모두 현금흐름 악화와 신용도 하락이 맞물려 경영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한 번 신용등급이 강등된 건설사가 등급을 회복하기까지는 최소 35년이 소요됐다. 특히 안전사고와 평판 리스크가 겹친 경우 회복 속도는 더뎠고, 등급 하락 직후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금리가 평균 1.52%포인트 상승해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는 곧 신규 사업 확장 여력을 줄이고, 기존 사업 마진율을 깎아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미 등급 하향 요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매각이나 추가 악재가 현실화하면 신평사들이 결정을 미룰 이유가 없다"며 "특히 풋옵션 발동 시점이 겹치면 단기간에 대규모 현금을 확보해야 하므로 자금 압박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포스코이앤씨에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