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4193_690521_5233.png)
전국 100여 개 건설 현장이 멈춰 선 포스코이앤씨의 금융권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조(兆) 단위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외 금융기관 차입금과 보증·지급보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인수 약정 등 직·간접 금융 노출을 모두 합산한 규모다. 현재로선 보유 현금과 미사용 여신한도로 단기 대응이 가능하지만, 공사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유동성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금융권 익스포저는 약 1조 9966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부터 글로벌 금융사까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대규모 건설·플랜트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상 금융권과의 거래 비중이 높다.
국내 시중은행별 노출 규모를 보면 우리은행은 지급보증 806억5750만원과 차입금 225억원 등 총 1031억5750만원, 하나은행은 지급보증 2463억7200만원과 차입금 120억원 등 총 2583억72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급보증 146억6500만원만, 농협은행은 장기차입금 500억원만 보유한다. 4곳의 은행 합계는 4261억원으로, 특히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편중된 구조가 눈에 띈다.
정책금융기관 익스포저도 상당하다. 산업은행 1120억원 등으로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장기 대출과 보증 형태로 제공됐다. 수출입은행은 300억원 가량의 해외 사업 담보권 제공이 있었지만, 현재 해당 사업은 마무리 된 상황으로, 익스포저 리스크에서 제외됐다. 해외 금융권에서는 HSBC, ANZ, BNP파리바,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UOB, 도이치은행, 중국공상은행(ICBC) 등 주요 글로벌 금융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 플랜트 건설, 발전소, 인프라 개발 등 다양한 사업에서 포스코이앤씨와 협력 중이다.
PF 부문 노출 규모도 적지 않다. 송도국제도시개발 유한회사의 채무인수 금액이 2325억원, 추가 676억원, 다온아이앤피 141억원, 알파도시에이치앤지 10억원, 에코시티 228억원, JB 클라크 힐스 403억원 등 총 7366억원 규모의 채무인수 잔액이 있으며, 대출잔액은 4823억원이다. 중도금 대출 보증 잔액은 2038억원, 보증한도는 8321억원에 이른다. 해외 PF에서는 JB 클라크 힐스 코퍼레이션 채무인수(약 430억원), 송도국제도시개발 해외법 구조 참여 건(보증한도 4940억원, 잔액 3001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해외 플랜트·SOC 사업에서 SBLC와 계약이행보증을 통한 간접 PF 연계가 존재한다.
금융권과의 직·간접 노출이 광범위하지만, 현재 포스코이앤씨의 유동성 지표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8000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1조 1000억원의 미사용 여신한도를 확보해 단기 차환과 약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에는 무리가 없다. 부채비율도 116.8%로 건설업계 평균과 유사하다.
하지만 중대재해 여파로 '현장 셧다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매출 인식 지연과 공정률 하락, 돌관비·지체상금 발생 등으로 현금흐름 악화가 불가피한 것은 물론 금융권의 여신 조건 조정과 한도 축소 압박 등이 현실화 될 수 있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에서 특정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금융 리스크 분산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 국내 금융권은 적극적인 대출 회수나 여신 한도 축소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장 정상화가 지연되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담보 조건 변경이나 조달 금리 인상 등 유동성 압박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대형 건설사 사고 사례처럼 브랜드 가치 훼손과 신뢰 하락은 단기간에 금융 환경을 급변시킬 수 있는 변수다. 과거 사례에서도 대형 건설사 사고 이후 금융 환경이 급격히 변한 전례가 있다.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은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하락했고, 은행권은 신규 대출 심사를 강화하며 담보 요건을 상향했다.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GS건설 역시 등급이 A+에서 A로 하락하며 회사채 발행 금리가 상승했고, PF 보증·대출 조건이 재검토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금융권이 모니터링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공사 중단이 길어질 경우 여신 한도 축소나 담보 조건 변경 등 보다 직접적인 압박이 시작될 수 있다"며 "포스코이앤씨가 조속히 현장 정상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신용도와 조달 구조 안정성을 지키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