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희 한국IBM 상무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4848_691214_129.png)
"내년(2026년)은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고전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능가하는 '양자 우월성(Quantum Advantage)'이 도래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한국IBM 아태지역 양자컴퓨터 사업을 총괄하는 표창희 상무는 EBN과의 인터뷰에서 양자컴퓨팅 시대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18일 이같이 밝혔다. 현재의 '양자 유용성' 단계를 넘어, 특정 영역에서 고전 컴퓨터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양자컴퓨터가 풀어내는 본격적인 상용화 시대가 임박했다는 전망이다.
■현실로 다가온 양자컴퓨팅, 원리는?
양자컴퓨터는 0 또는 1의 값만 갖는 기존 컴퓨터의 '비트(bit)'와 달리,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큐비트'를 연산 단위로 사용한다. 이 '중첩'과 '얽힘'이라는 양자역학적 특성 덕분에 기존 컴퓨터가 수천, 수만 년에 걸쳐 풀어야 할 복잡한 문제를 단 몇 분, 몇 초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표 상무는 "미로 찾기를 할 때 고전 컴퓨터가 모든 경로를 하나씩 순서대로 가보는 방식이라면, 양자컴퓨터는 가능한 모든 경로를 동시에 탐색해 순식간에 정답을 찾아내는 것과 같다"며 "큐비트의 수가 늘어날수록 연산 능력은 2의 n승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폭발적인 연산 능력은 신약 및 신소재 개발, 금융 모델링, 물류 최적화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IBM의 자신감, 40년 연구와 명확한 로드맵
![양자 프로세서 'IBM 퀀텀 헤론'. [출처=IBM]](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4848_691215_1339.jpg)
IBM은 이미 지난 40년간 양자컴퓨터 연구개발에 매진해 온 선두주자다. 2016년부터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서비스 'IBM 퀀텀 익스피리언스'를 공개하며 생태계를 구축해왔고, 2023년에는 1121큐비트 프로세서 '콘도르(Condor)'를 개발하는 등 하드웨어 기술력을 입증했다.
IBM의 자신감은 구체적인 로드맵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표 상무는 "2026년에는 제조 화학과 산업 최적화 분야에서 먼저 양자 우월성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2029년까지 200개의 논리 큐비트로 1억 개의 연산을 수행하는 시스템 '스타링(Starling)' △2033년까지 2000개의 논리 큐비트로 10억 개의 연산이 가능한 '블루제이(Blue Jay)' 시스템 개발 계획을 공개하며 기술 진화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IBM은 양자컴퓨터의 고질적인 문제인 '오류'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오류를 완화하는 단계에 있지만, 2029년에는 오류를 하드웨어적으로 자동 수정하는 단계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슈퍼컴퓨터와 공존, '하이브리드'로 상용화 앞당긴다
IBM은 양자컴퓨터가 단독으로 모든 것을 대체하기보다는, 기존 슈퍼컴퓨터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현실적인 상용화 모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슈퍼컴퓨터 '후가쿠'와 IBM의 양자컴퓨터를 연결한 프로젝트다. 슈퍼컴퓨터가 잘하는 영역과 양자컴퓨터가 잘하는 영역을 나눠 함께 연산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표 상무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이 '양자컴퓨터는 아직 먼 기술'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라며 미래 기술 패권 경쟁을 위해 양자컴퓨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