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소문로 한진칼 본사 사옥 [출처=한진그룹]
서울 서소문로 한진칼 본사 사옥 [출처=한진그룹]

한진이 최근 전환사채(CB) 콜옵션을 특수관계인에게 매도 청구한 가운데, 조현민 한진 사장 등 한진 지배주주 일가의 편법적인 지분 확보라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2023년 7월 발행한 제109회차 사모 전환사채의 일부를 회사가 아닌 특수관계인인 조현민 사장과 경영진 등 5명에게 매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수관계인은 조 사장,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류경표 한진칼 부회장, 김현우 한진 경영기획실장, 서민석 한진 재무관리실장 등이다. 해당 전환사채는 전체 발행 규모의 0.1%(3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 27.51%까지 행사량을 늘릴 수 있어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진은 지난 2023년 7월 유진투자증권을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2024년 7월 24일부터 2026년 1월 24일까지 사채의 27.51%를 한도로 발행회사 또는 발행회사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매도청구를 행사할 수 있는 옵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한진의 전환사채 제3자 매도청구권 행사에 대한 논평'을 통해 경영상 목적이 아닌 편법적인 지분 확보의 수단이라고 꼬집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전환사채 콜옵션의 제3자 지정이 발행회사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지배주주 일가가 회사의 지분을 저가로 취득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한진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각 지분율을 초과해 주식을 취득할 수 없으며, 발행회사가 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한 사채를 최대주주 등에게 매도하는 경우에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본 사채 발행당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초과해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이번 한진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전환사채 콜옵션 매도 청구는 해당 전환사채의 0.1%에 이르는 소소한 규모이지만, 전환가격이 주당 1만8630원으로 한진의 주가 2만2450원에 비해 약 15% 이상 저렴하다. 

또한 한진은 총 27.51%까지 특수관계인에게 콜옵션 지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수관계인은 더 많은 지분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취득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런 전환사채 콜옵션 거래는 경영상 목적이 아닌 편법적인 지분 확보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기업들은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발행하면서 콜옵션 부여와 전환가액 조정(refixing) 등을 통해 지배주주(특수관계인)의 편법적 지분 확대에 악용해 왔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도 전환사채 등 시장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왔지만 여전히 미흡하다"고 말했다. 

과거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회사가 콜옵션부 전환사채를 발행한 후 그 일부를 조기에 상환하고, 인수한 자기전환사채의 콜옵션을 지배주주 일가에게 유상으로 양도함으로써 지분 확대 수단으로 활용하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편법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한진은 더 큰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지배주주 일가에게 저가 지분 취득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전환사채 발행 목적에 부합하도록 콜옵션 행사시 발행회사에게만 매도할 수 있도록 한정해 콜옵션이 제3자에게 무상 양도되지 않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