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 폐막 세션에서 구성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출처=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 폐막 세션에서 구성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출처=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에 대한 시각을 '기회'에서 '글로벌 전쟁터'로 확장했다.

지난해까지 AI를 미래 성장의 비전으로 강조했다면, 올해는 '소버린 AI'와 '기술 내재화'를 앞세워 글로벌 경쟁에 나서겠다는 구체적 전략을 제시했다는 평이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에서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소버린 AI를 만들어야 한다"며 "(경쟁을) 국내가 아닌 글로벌 무대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버린 AI는 국가가 데이터와 AI 기술을 자율적으로 통제·운영하려는 전략으로,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주요국이 앞다퉈 추진 중이다.

지난해 이천포럼에서 최 회장이 "AI는 기회의 장이며, AI 가치사슬이 확실한 돈이 된다"고 강조한 것과 견주면 무게 중심이 달라진 셈이다. 올해는 AI를 활용한 '생존 전략'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최 회장이 AI를 이천포럼의 주요 어젠다로 삼은 것은 2019년부터다. AI/DT등 혁신기술을 핵심 동력으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 최고경영진부터 실무자까지 3~4일에 걸쳐 논의하고 학습했다.

특히 최 회장은 이번 이천포럼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언급하며 "전략적 관점에서는 예측 가능하지만 전술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한국 기업들의 대응 과제를 짚었다. 이는 AI 전략뿐 아니라 글로벌 대외 변수까지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20일 열린 포럼 마무리 세션에서도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는 'AI 시대 경쟁력 확보' 방안을 제시하며 "AI/DT 기술을 속도감 있게 내재화해야 한다"며 "앞으로 업무의 대부분은 AI 에이전트가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창조와 새로운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운영개선(O/I, Operation Improvement)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AI 세상이 와도 기초체력이 없으면 쌓아 올린 것은 무너진다"며 본원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행복경영 철학도 언급하며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스피크 아웃하고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경영진과 프론티어 170명이 현장에서 참여했고, 온라인으로 2800여 명이 접속했다. IBM, MS 출신 글로벌 AI 전문가들이 참여해 산업별 AI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토론을 이어가면서 현장 열기가 달아올랐다.

SK그룹은 현재 반도체(SK하이닉스)·통신(SK텔레콤)·에너지(SK이노베이션·SK온) 등 AI 생태계를 뒷받침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2023년 4분기부터 7개 분기 동안 153개 종속사를 정리하며 순차입금을 안정화시킨 만큼, 향후 AI 투자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AI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SK의 방향성을 잡았다면, 올해는 실행 전략으로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까지 언급한 것은 글로벌 환경까지 고려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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