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증시 대기자금이 축적되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증시 부양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면 투자자금이 충분히 쌓인 만큼 활발한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연합]
8월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증시 대기자금이 축적되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증시 부양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면 투자자금이 충분히 쌓인 만큼 활발한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연합]

국내 주식시장이 6~7월 가파른 상승세 이후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

증시 대기자금이 상당한 규모로 쌓였지만 투자 여건이 쉽게 조성되지 않아 시장 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8조5082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증시 대기자금 성격으로, 투자 수요는 있지만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1일 71조7777억원을 기록하면서 2022년 1월 이후 처음으로 70조원대를 기록했다. 이후 그 규모가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67조~68조원 수준으로 상당한 규모를 유지 중이다.

투자자예탁금이 이처럼 축적된 이유는 8월 주식시장이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4월부터 상승세를 이어갔다. 6월에는 월간 코스피 상승률이 13.86%에 달하면서 3100선을 돌파했고 7월 상승률도 5.66%로 3280대까지 오르면서 역사적 고점인 3300선 돌파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8월 들어 지난 21일까지 코스피는 3.20% 하락해 올 들어 가장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6~7월 가파르게 상승했던 만큼 조정도 있었으나 8월 들어서 미국과의 관세 협상·금리인하 불확실성에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면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및 배당소득 분리과세 내용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8월 국내 증시의 부진이 단순히 통상 환경 악화나 금리 인하 불확실성 때문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주변국들은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니케이225는 19일 장중 4만3876.42까지 오르면서 최고치를 경신했고 중국 상해종합지수도 지난 21일 장중 3787.98까지 올라 10년래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실제로 지난 6~7월 코스피의 급등은 상법 개정, 자사주 의무소각,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증시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면서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후 상법 개정안이 통과가 되는 등 증시 상승 재료가 일시적으로 소멸했고,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이전 기준으로 회복하는 등의 세제개편방안이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은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에 다시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 최근 지지부진한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시자아에서는 올해도 하반기 증시가 약세 흐름을 보이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지만 전문가는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대주주 과세 기준은 향후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지만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상속세 PBR 연동은 향후 기대가 커질 것”이라며 “특히 20일 여당에서 발의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당초 예상보다 개선됐고 법사위를 통과하면 윤곽이 드러나 증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관련해 정부에서는 배당성향 40% 이상 상장기업 등을 대상으로 2000만원 이하 14%,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35%의 과세안을 발표했는데, 배당성향 요건도 엄격하고 세율 구간도 높아 사실상 상장기업들의 적극적인 배당 확대 유인이 적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배당성향 35% 이상 상장기업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배당총액이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하거나 직전 3개년도 평균 배당 대비 5% 이상 증가한 기업을 대상으로 △2000만원 이하 9%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25%의 세율 적용 내용을 발의했다.

최고구간 세율을 25%로 낮춰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실효성을 높이고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배당주의 변동성이 컸던 만큼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정안이 채택될 경우 증시 부양에 대한 기대감도 살아나며 투심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원·달러가 1400원 부근인데 연방준비제도가 물가 압력과 고용 부진 사이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연말로 갈수록 완화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고 APEC 회의와 러-우 휴전 등에 대한 기대감도 원화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8월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도로 돌아서는 등 아직 외국인 자금이 충분히 유입되지 않았는데, 원화강세가 이어지면 외국인의 투자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며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증시가 반등하면 개인투자자 투심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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