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출처=오픈AI]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출처=오픈AI]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의약품은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11종에 불과해 제도 시행 10년이 지나도록 개선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지사제, 알레르기약, 화상연고 등 상비약으로 여겨지는 의약품이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불만도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특히 약국이 문을 닫는 연휴 기간엔 응급 상황 시 대체 수단이 마땅치 않아 소비자 불편이 계속되지만, 정치권과 산업계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장 열흘에 달하는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안전상비약 확대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명절이나 휴일처럼 약국 문을 열지 않는 기간에는 응급 상황 시 대체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긴 연휴 동안 약국 이용이 어려워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다시 제기됐다.

실제 현행 약사법 시행규칙상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은 최대 20종까지 허용돼 있다. 그러나 복지부의 지정이 미뤄지면서 실제 판매 품목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당초 판매 가능했던 지사제나 인공눈물, 상처연고도 지정이 해제돼 현재는 아예 구입할 수 없다. 2012년 제도 도입 당시 ‘6개월 후 품목 재조정’을 예고했지만 이후 10년 동안 변화는 없었다.

시민단체와 편의점 업계는 이를 두고 ‘유통 규제가 소비자 권익을 제한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업계 관계자는 “상비약 판매는 전체 매출의 1%도 안 된다”며 “매출 목적이 아니라 약국이 없는 농어촌이나 심야 시간대 공백을 메우는 공공적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판매를 통해 이미 공공 플랫폼 역할이 입증된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반면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는 품목 확대에 여전히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을 경우 복약지도 없이 사용돼 오남용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편의점 업계가 무분별하게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최근 세탁·택배 등 생활 서비스로 확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약품 판매까지 확대될 경우 전문성 결여로 소비자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갈등으로 안전상비약 지정 심의위원회는 사실상 7년 가까이 가동 중단된 상태다. 정부도 뚜렷한 방향을 내놓지 못한 채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으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후보 신분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질의에 대해 “소비자 접근성 확대 요구를 알고 있다”면서도 “사용 안전성과의 균형을 고려해 검토할 사안”이라고 답했던 바 있다. 이는 전임 정부에서 이어져 온 ‘검토’ 수준의 답변과 다르지 않아 다소 아쉬움이 따랐다.

해외 사례는 국내 논의와 대비된다. 미국은 3만여종, 일본은 2000여종의 일반의약품을 편의점과 드러그스토어에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중국도 2018년 베이징시를 시작으로 60여 종 이상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했다.

이와 달리 국내는 제도 시행 이후 단 한 차례도 품목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다. 공공심야약국 제도도 약국 공백을 완전히 메우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확대가 지지부진한 데다 대부분 새벽 1시까지만 운영돼 심야·새벽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다.

최근 국회에 ‘공공버팀목약국법’이 발의됐지만, 예산 규모가 방대해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별도 재정 부담 없이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편의점 판매 확대가 현실적 대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이재명 정부 첫 추석 명절을 앞둔 이번 시점은 제도 개편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상비약 확대 여부는 단순히 편의점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정치권과 정부가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조정하고, 실질적 소비자 편익을 고려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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