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유통업계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출처=다이소]
고물가 시대 유통업계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출처=다이소]

고물가 시대 유통업계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생활용품 중심의 균일가 모델로 성공을 거둔 다이소를 벤치마킹하는 동시에 뷰티·건강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해 쿠팡의 장바구니 공세에 맞서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에 다이소발(發) ‘저가 경쟁’ 막이 올랐다.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4조원을 육박하고 영업이익률 9%대를 달성하면서 균일가 전략의 효과를 증명했다. 다이소는 처음부터 가격대를 6단계로 제한해 운영해왔다.

소비자가 복잡한 가격 비교 없이 ‘5000원 이하’ 범주 안에서 합리적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전제 품목의 절반 이상이 1000~2000원대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다이소는 불황 속에서도 ‘6가 정책(Six Price)’을 유지하면서 시장에서 ‘가격 신뢰’를 구축했다.

유통공룡 이마트도 최근 가격 혁신에 나섰다. 전 품목을 5000원 이하로 구성한 ‘5K PRICE(오케이 프라이스)’를 론칭한 것이다. 5K PRICE 상품의 가격은 880원부터 4980원으로 모두 5000원 이하다. 이마트는 통합매입과 글로벌 소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5K PRICE의 가장 큰 특징은 소용량·소단량이다. 상품 용량과 단량을 기존 이마트 주력 판매 상품 대비 25~50%가량 줄였다. 이는 근린상권, 도보고객 기반 에브리데이 고객과 이마트 소용량 제품 구매 고객을 겨냥한 것이다. 당장 이마트는 이달에는 총 162종의 5K PRICE 제품을 출시한 가운데 하반기에는 250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5K PRICE는 초저가 영역에서도 ‘이마트가 만들면 다르다’라는 자신감의 결과물로 고객의 체감 물가를 낮추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통합매입을 통해 확보한 원가 경쟁력을 고객과 상품에 재투자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며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도 초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GS25는 오는 9월부터 전국 500여개 점포에 건강·뷰티 전문 매대를 도입한다. 유산균·오메가3 등 소포장 건강기능식품 30여 종과 1020 세대를 겨냥한 화장품 40여종을 평균 3000원대에 판매한다. 매장에는 테스터기와 거울까지 설치해 체험형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한다.

CU는 지난 19일에 열린 ‘하반기 점주 대상 상품 컨벤션’에서 강화된 가성비 간편식 제품라인을 선보였다. 가격은 유지하면서 중량은 150% 늘린 ‘압도적 플러스’ 간편식, 다양한 외식 브랜드와 제휴한 즉석식, get 커피 콤보 상품 등을 통해 주요 소비층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뷰티 제품 역시 특화 점포 수를 더 늘리고 기초, 색조, 기능성 화장품에서 초저가 상품의 대거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가격 역설계’를 통해 히트상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가격 역설계란 가격을 먼저 정해놓고 그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통상 제품을 기획한 뒤 원가와 유통 마진을 고려해 최종 가격을 고려하지만, 가격 역설계 방식은 ‘얼마면 살 수 있는가’란 소비자 관점에 초점을 맞춘다.

GS25가 올해 초 선보인 ‘혜자백미밥’은 가격 역설계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6개 묶음에 6000원(개당 1000원)이라는 파격가로 출시돼 즉석밥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다. 실제 편의점에서는 출시 즉시 햇반과 오뚜기밥에 이어 즉석밥 판매량 3위에 올랐다.

GS리테일이 중소 제조사와 손잡고 만든 혜자백미밥은 6개 구성된 번들이 6000원으로 개당 1000원꼴이다. 지난 6월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에서 출시됐는데 편의점에서는 출시 즉시 햇반과 오뚜기밥에 이어 즉석밥 판매량 3위에 올랐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선보인 ‘월드뷔페’ 시리즈를 3990원·4990원 균일가로 내세워 큰 호응을 얻었다. 즉석식품, 간편식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묶음 상품화해 소비자 선택을 단순화했다. 그 결과 월드뷔페 상품이 포함된 월드요리 상품군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전략은 생활용품을 넘어 건강·뷰티·식품 등 고부가가치 카테고리로 확산하고 있다”면서 “소용량·체험형 매장 전략과 결합한 5000원 전략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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