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생활·잡화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 상륙하며 연 매출 4조원 규모의 토종 브랜드 ‘다이소(daiso)’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일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7/1672144_688058_5737.jpg)
글로벌 생활·잡화 브랜드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 상륙하며 연 매출 4조원 규모의 토종 브랜드 ‘다이소(daiso)’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일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이소가 가격 역설계와 시즌별 트렌드 대응 전략으로 구축한 성공 모델에 맞서 해외 유명 기업들이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할지가 향후 판도 변화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활·잡화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4~5%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코로나19 이후 이른바 ‘홈코노미(home+economy)’의 확산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다 고물가 장기화 추세 속 단기적 보복소비보다 실용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성향이 강해지면서 다이소를 중심으로 한 저가 생활용품 시장의 성장세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글로벌 브랜들의 국내시장 공세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는 일본의 '돈키호테'다. 일본 내 63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가성비 쇼핑의 성지’로 불리는 돈키호테는 이달 초부터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편의점 GS25와 협업한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오픈 첫 주에만 약 9000명이 방문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업계는 이번 시범 운영이 한국 시장 공식 진출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브랜드들도 국내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요요소(YOYOSO)는 이달 중 전북 군산에 국내 1호점을 열 예정이다. 문구, 화장품, 인테리어 소품 등을 1000~2000원대에 판매하는 요요소는 전 세계 30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요요소 역시 한국 시장을 새로운 해외 거점으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일단 국내 지방 소도시에서 임대료 부담을 줄이며 사업성을 검증한 뒤 수도권 등으로 점포를 확장할 계획이다.
일본 다이소의 모회사인 다이소 인더스트리즈도 한국 진출의 물꼬를 텄다. 지난 4월 ‘쓰리피(THREEPPY)’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상표 등록을 마치며 한국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쓰리피는 일본 다이소가 운영하는 300엔 숍으로, 인테리어 소품과 문구,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판매한다.
이들은 앞서 ‘DAISO’ 명칭으로 국내 상표 등록을 시도했지만, 아성다이소와의 혼동 우려로 특허청에서 거절당하자 브랜드명을 바꿔 우회 진출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표 생활잡화점 ‘로프트(LOFT)’도 최근 국내 상표권 등록을 완료하며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 미니소(MINISO)도 과거의 실패를 딛고 한국 재도전에 나섰다. 2016년 한국에 처음 진출했지만 저품질 논란과 가맹점 과잉 확장으로 2021년 철수한 뒤 지난해 12월부터 대학로, 홍대, 강남 등지에 점포를 개설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디즈니, 마블, 해리포터 등 글로벌 캐릭터 IP를 활용한 굿즈 전략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며, 연내 10개 매장으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이처럼 일본·중국 등 해외 유명 생활·잡화 브랜드들이 연이어 국내시장 진출한 배경으로는 다이소의 성공 사례가 강한 자극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이소는 철저한 ‘가격 역설계’ 방식으로 5000원 이하 상품을 기획·제작하고 전국 1550여개 매장을 통한 유통망, 시즌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 출시 전략 등을 통해 생활 필수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표면적인 실적 수치도 해외 브랜드들이 한국 내 생활·잡화시장 성장성을 기대케 하는 기폭제가 됐다. 실제로 다이소는 지난해 3조9689억원의 매출, 3711억원의 영업이익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연매출 ‘4조원대’ 달성을 눈앞에 뒀다.
업계는 해외 생활·잡화 브랜드들이 국내를 평정하고 있는 다이소의 아성을 얼마나 자극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이들의 시장 진입이 곧바로 다이소의 지위를 위협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아직 우세하다.
한국 소비자들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보다 디자인, 콘텐츠, 브랜드 경험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단순한 저가 전략만으로는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이소는 가격 역설계 전략과 더불어 시즌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 기획 등으로 이미 소비자에게 생활 필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또 과거에도 해외 생활·잡화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고배를 마신 사례가 여럿 있다. 신세계그룹이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론칭한 ‘삐에로쑈핑’은 차별화 실패로 2년 만에 철수했고, 덴마크의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도 영업 부진으로 한국 시장을 떠나야 했다. 미니소 역시 ‘짝퉁 다이소’ 논란을 겪으며 한차례 철수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시장 포섭에 나선 글로벌 생활용품 브랜드들이 소비자 트렌드에 맞춘 차별화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 자체의 확장은 기대할 만하다”며 “특히 미니소가 캐릭터 IP를 앞세워 틈새 수요를 공략하는 것처럼, 각 브랜드의 강점을 살린 세분화된 전략이 향후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