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균일가 정책을 앞세운 다이소가 K뷰티의 테스트베드로 부상하며 대기업과 중견 브랜드가 다이소 전용 세컨드 라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9262_696342_341.jpg)
초저가 균일가 정책을 앞세운 다이소가 K뷰티의 테스트베드로 부상하며 대기업과 중견 브랜드가 다이소 전용 세컨드 라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단기간에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온라인과 H&B 채널, 해외 판매로 확장하는 공식을 노리는 흐름이다.
업계에선 다이소 입점이 초저가 화장품 시장의 ‘성공공식’으로 굳었다고 본다. 5000원 상한이 제품 기획에 일부 제약이 될 수는 있다. 다만 용량을 줄이고 패키지를 단순화해도 핵심 기능만 명확하면 소비자들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으며, 이후 상위 라인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셈법이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의 뷰티 브랜드 싸이닉은 최근 다이소 전용 남성 화장품 ‘싸이닉 파워 옴므’를 출시했다. 특히 올인원 플루이드는 스킨·로션·에센스를 한 번에 해결하도록 기획됐고, 클렌징폼은 세안과 쉐이빙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올인원’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다이소가 그동안 기초·색조 중심으로 자리 잡았던 화장품 카테고리를 남성 시장으로까지 확장한 사례로 꼽힌다.
대기업 중에선 아모레퍼시픽이 움직임이 빠르다. 스킨케어 브랜드 ‘미모 바이 마몽드’는 스킨토너와 앰플 등 8종으로 다이소에 입점해 4개월 만에 누적 100만개를 넘겼다. 이중 ‘로지-히알론 리퀴드 마스크’는 다이소몰 스킨케어와 뷰티핫템 카테고리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30 남성층을 겨냥한 ‘프렙 바이 비레디’도 다이소 온·오프라인 전용으로 기획했다. 회사는 매출 추이를 지켜본 뒤 해외 수출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유입 고객들에 대한 가격·접점을 키운 뒤 본 브랜드로의 업그레이드를 유도하는 전형적 페이싱인 셈이다.
LG생활건강도 전용 라인을 늘렸다. 지난해 7월 공개한 ‘케어존 플러스’를 시작으로 ‘CNP 바이 오디-티디’, 더페이스샵 ‘TFS’, ‘코드글로컬러’까지 속속 선보이며 다이소 전용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놓은 상태다. 향후 LG생활건강은 계절 수요에 맞춘 전용 신제품을 추가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전용 라인의 연속 출시로 다이소 채널 내 카테고리 점유를 높이는 전략이다.
이처럼 업계가 다이소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성공 공식이 있다. 대표적 사례는 브이티의 ‘리들샷’이다. 회사는 약 2년 전 다이소에 소용량 리들샷을 3000원 이하로 내놓았으며, 일단 저가 체험을 통해 소비자들 사이 인지도를 쌓은 뒤 올리브영 등 H&B 채널에서 대용량 본품 구매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실적도 여전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브이티의 뷰티 매출은 19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급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회사는 하반기 미국 미니소와 동남아 쇼피 등 해외 저가 유통망을 중심으로 소용량 패키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이소 선경험→H&B 대용량 전환→해외 채널 확장’ 모델의 전형이 된 셈이다.
다이소 단독 론칭도 늘고 있다. 모다모다는 최근 탈모 케어 신제품 시리즈를 다이소에만 출시했는데 출시 일주일 만에 예상을 웃도는 판매로 긴급 발주에 들어갔다. 에이블씨엔씨의 ‘어퓨 더퓨어’ 역시 다이소 전용 라인으로 2023년 론칭해 누적 판매 250만개를 돌파했고, 북미·러시아·인도·중남미까지 수출 영역을 넓혔다. 종근당의 ‘클리덤’은 입점 7개월 만에 170만개 이상 팔렸다.
다이소 전용 라인이 확산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균일가 정책이 주는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용량 축소, 패키지 단순화, 기능 최소화라는 제약이 일부 뒤따르지만 소비자에게는 ‘실패해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신규 소비자 유입 창구이자 충성 고객을 키워내는 엔트리 라인으로 기능한다. 실제로 다이소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제품은 올리브영·무신사·뷰티컬리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다고 본다. 과도한 원가 절감은 품질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고, 세컨드 라인의 무분별한 확장은 모 브랜드 가치 희석을 불러올 수 있다. 매장별 재고 편차와 반복되는 품절 역시 소비자 불만을 낳는다. 전문가들은 다이소 전용 제품이라도 최소한의 품질선을 유지하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계속 이어나가며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업계 전문가는 “다이소는 생활용품점을 넘어 K뷰티의 제3의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초저가에서 시작해 브랜드 충성으로 연결되는 생태계가 작동하는 한, 다이소발 전용 세컨드 라인 러시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은 저가 라인에서도 기술적 신뢰나 독창적 콘셉트를 녹여내 본 브랜드와의 자연스러운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