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확대하면서, 알루미늄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 용기를 활용하는 K뷰티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80727_698048_1550.jpg)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확대하면서, 알루미늄 성분이 포함된 화장품 용기를 활용하는 K뷰티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사실상 면제됐던 관세 혜택이 사라진 데다, 미국 정부의 모호한 원산지 기준과 관세 산정 방식이 겹치며 화장품 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 8월 18일부터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407종에 품목별 고율 관세를 적용했으며 여기에 화장품 14종을 포함시켰다. 완제품에 품목별 관세를 매길 때 철강·알루미늄 ‘함량가치’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화장품 용기와 같은 알루미늄 함유 제품에 ‘원산지 미상’으로 기재되면 전체 제품에 대해 최대 200%의 관세가 부과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실제 일부 수출 기업은 수출액의 2배에 달하는 세금을 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장품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K뷰티 수출 기업은 용기를 자체 제작하지 않고 2~3차 협력사를 통해 공급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급 구조상 제품에 포함된 철강이나 알루미늄의 제련 원산지를 파악하거나 관련 증명서를 구비하는 데 한계가 생기면서 고율 관세 우려에도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일각에선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CBP는 제품별 관세 부과 시 기준이 되는 철강·알루미늄·구리의 함량가치에 원재료만 포함할지, 가공비와 인건비 등 제반 비용까지 포함할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관세 회피를 위해 제반비용까지 포함한 금액을 기준으로 50%의 관세를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알루미늄은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습기·빛 차단 성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화장품 용기로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이번 관세 조치 이후 적지 않은 화장품 기업들이 소재 교체까지 검토하는 등 전략 수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 부담이 커지면서 업계의 경영 불확실성도 가중되고 있다. 한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올해 8월까지 73억 달러(약 10조2300억원)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으며, 이 중 미국은 수출액의 19%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한미 FTA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온 한국 화장품이 이번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은 관련 상담 창구를 범정부 협업 체계로 격상하고, 기업들이 알루미늄·철강 함량 정보를 산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또 현지 전문가와의 상담을 연계해 수출 기업의 행정적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추가 관세 품목 신청 접수가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만큼, K뷰티뿐 아니라 다른 수출 품목까지 고율 관세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업들에게 ‘고무줄 관세’로 불리는 미국의 임의적 관세 부과 기준에 맞서기 위한 보다 정교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화장품 기업 입장에선 알루미늄 용기 안에 들어간 소재 원산지까지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국이 행정지침 하나로 관세를 0%에서 최대 200%까지 올리는 상황이라 현장에선 대책을 세울 시간도 없이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원산지 증명 지원과 대미 협상 강화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와 대체 소재 개발이 병행돼야 이번 같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