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장하겠다는 취지 자체만 놓고 보면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하지만 철강산업으로 시선을 좁히면 마냥 반길 수 만은 없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이미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수년째 이어진 건설 경기 부진은 철강 수요를 갉아먹었고, 가격은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못한다.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산 철강재는 국내 시장을 파고들며 국산 제품의 설 자리를 좁히고 있다. 여기에 높아진 산업용 전기요금이 생산비를 끌어올려, 이제는 제철소를 돌리는 것 자체가 손해라는 말까지 나온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하절기 전기요금 할증을 피해 최근 일부 공장 가동을 멈춘 것도 이 때문이다.
대외 환경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긴 데 이어, 6월에는 이를 50%로 높였다. 여기에 파생상품 407종까지 관세 부과를 확대했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한 이후에는 한국산 철강이 미국 내에서 일본과도 정면으로 맞붙어야 한다. 실제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전년 대비 25%나 줄며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버틸 힘이 약해진 철강사들은 다른 길을 찾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8조5000억 원을 들여 첫 해외 제철소 건립에 나섰다. 포스코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다. 또 포스코는 인도에서는 JSW그룹과 합작 제철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매각 등 구조조정이 이어진다. 업황 불황 속에서 국내 거점을 줄이고 해외 확장을 서두르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통과는 철강사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이 됐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법은 노조의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진전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철강산업 역시 다단계 협력사 구조 속에서 생산이 이뤄지는 만큼, 한 공정에서의 파업이나 분쟁이 전체 일정에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기업들이 ‘이제는 해외에서 더 안전하게 생산망을 짜야 한다’는 명분을 얻었다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에너지 비용, 통상 압박, 규제 부담까지 겹친 현실에서 정부가 ‘노동권 강화’라는 한 축만 강조한다면, 결국 한국 철강업계의 생산기지는 더 빨리 해외로 향할 것이다.
아직 철강산업 지원을 위한 ‘K-스틸법’이 남았다. 이제는 , 국내 생산 거점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