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노재팬’ 구호가 퍼지며 외면받던 일본 상품이 이제는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다시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6320_692921_2642.jpg)
한때 ‘노재팬’ 구호가 퍼지며 외면받던 일본 상품이 이제는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다시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불매운동 시기 광복절 전후로 일본 브랜드가 마케팅을 자제하고 소비자들도 구매를 꺼리던 분위기와 달리, 지금은 트렌드와 실속을 좇는 ‘경험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은 영향이었다.
특히 일본 수입 맥주는 2년째 수입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지키며 일본 제품 전반의 부활을 대표하는 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패션·디저트·뷰티 등 다른 산업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28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맥주 수입량은 4만3676t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2% 늘어난 수치로, 기존 최대 기록이었던 2018년(4만2962t)을 넘어선 기록이기도 했다.
과거 일본 맥주는 불매운동 여파로 2021년 수입액 순위가 9위, 2022년 6위까지 밀려났지만 2023년을 기점으로 다시 1위에 올라선 뒤 줄곧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일본 주류 전반이 국내 시장서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사케의 경우 올해 1~7월 수입액이 1597만9000달러(약 22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고, 수입 중량 역시 4.2% 늘었다. 전반적인 주류 시장 침체 속에서도 일본 맥주와 사케만은 꾸준히 성장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수입 증가세는 곧바로 편의점 판매 확대와도 연결됐다. GS25는 지난해 일본 맥주 판매량이 31.6%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7.4% 증가했다. CU 역시 지난해 일본 맥주 매출이 33.3% 늘었고, 올해 1~7월에도 2.1%의 성장세를 이어갔던 것으로 집계됐다.
주류를 넘어 패션에서도 일본 브랜드의 반등은 확연하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한국에서 매출 1조601억원, 영업이익 1489억원을 기록하며 6년 만에 매출 1조원대를 회복했으며 올해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 속 가성비와 실용성이라는 유니클로의 본래 강점이 다시 소비자 선택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외에도 무신사는 베이프·Y-3·언더커버 등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를 국내 독점 유통하고 있고, 더현대 서울에는 언더커버와 Y-3가 첫 매장을 열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 한섬도 최근 일본 패션·잡화 브랜드 50여개를 대거 유치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굿즈와 뷰티 브랜드 역시 성장세다. 롯데백화점은 포켓몬 팝업스토어를 확대 운영해 행사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늘었고, 더현대 서울의 만화 굿즈 전문 팝업 ‘점프샵’은 하루 4000명 이상의 집객효과를 누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캔메이크’는 올리브영에 재입점했고, CJ올리브영은 산리오 캐릭터와 협업한 매장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업계는 이와 같은 일본 제품의 재부상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소비 가치관 변화와도 일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불매운동 당시의 거부감은 옅어지고 SNS 후기와 언박싱 콘텐츠 확산 등 달라진 소비 문화가 소비 장벽까지 낮춘 것이다. 소비자들은 일본 상품을 ‘한 번쯤 경험할 만한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있고도 평가한다.
업계 전문가는 “주류, 패션 등 일본 제품의 부활은 단순히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소비 가치관의 변화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과거에는 정치·외교적 이슈에 따라 소비 선택이 크게 흔들렸다면, 지금은 ‘실속과 경험’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라며 “이는 앞으로도 글로벌 브랜드 경쟁 구도 속에서 소비자들의 합리성과 개방성이 더욱 강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