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포옹하고 있다. [출처=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포옹하고 있다. [출처= 연합]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부여됐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전격 철회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다시 한 번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미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삼성 시안, 하이닉스 우시, 인텔 다롄 공장의 VEU 자격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VEU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속에서도 특정 기업이 장비를 수입할 때 일일이 허가를 받지 않도록 한 제도다.

이번 조치로 두 기업은 향후 중국 공장 운영에 필요한 장비 반입 시마다 별도 허가를 신청해야 하며, 행정·금전 비용과 공급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번 조치를 “바이든 시대의 구멍(loophole)”이라고 지적하며, 외국 기업만 특혜를 누리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공장 운영에 필요한 기존 장비 반입은 허용하되,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허가는 내주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업계에서는 기업당 연간 수천 건의 허가 신청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의 첨단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기조는 같았지만, 한국·대만 등 동맹국에 한시적 유예를 부여하며 파급을 최소화하려 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의 이해보다 직접적 압박을 우선시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조치가 한미 정상회담 불과 나흘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외교적 압박 신호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교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 TSMC의 중국 공장에도 동일 조치를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 TSMC는 바이든 시절 사실상 무기한 유예를 받았지만, 이번에 제외된 것은 다른 방식을 통해 혜택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와 업계는 미국이 실제로는 삼성과 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운영을 막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공장이 흔들리면 오히려 중국 업체들이 점유율을 키워 글로벌 공급망에서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예상보다 빠른 발표와 짧은 유예기간은 충격”이라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