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최대 실적에 8월 수출 584억달러… '트럼프 관세' 여파는 지속

한국의 8월 수출이 전년 대비 1.3% 증가하며 석 달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미국의 대중 관세 정책 등 불확실한 통상환경 속에서도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다만 미국향 수출은 '트럼프 관세' 여파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8월 수출액은 584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3% 증가했다. 6월부터 이어진 수출 회복세가 세 달째 유지된 것이다.

15대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자동차·선박 등 3개 품목이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151억달러로 1년 전보다 27.1%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이는 지난 6월 기록한 종전 최대치(149억7000만달러)를 불과 2개월 만에 넘어선 것이다.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유지된 데다, 메모리 고정가격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자동차 수출은 미국의 25% 부품 관세 부과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유럽·아시아 지역에서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8.6% 증가한 5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8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전기차(EV)·하이브리드차(HV) 등 친환경차 수출이 회복세를 보였고, 중고차 수출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선박 수출은 2022~2023년 고가 수주 물량의 본격적인 인도 효과로 11.8% 늘어난 31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로써 선박 수출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석유제품(41억7000만달러, -4.7%)과 석유화학(33억8000만달러, -18.7%)은 유가 하락과 공급 과잉의 여파로 가격이 떨어지며 수출 부진이 계속됐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미국향 수출은 자동차, 철강, 일반기계 등의 부진으로 12.0% 감소한 87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 일부 관세 예외 품목이 증가세를 보였으나 전체 감소세를 상쇄하진 못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은 대다수 품목이 감소했으나, 반도체 수출 증가 덕분에 전년 대비 2.9% 감소에 그친 11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아세안 수출은 반도체와 선박 호조에 힘입어 11.9% 늘어난 108억9000만달러로, 8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0% 줄어든 518억9000만달러였다. 이로써 8월 무역수지는 65억1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 무역수지는 올해 1월 적자를 제외하면, 지난 2023년 6월 이후 14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대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달 초 관련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즉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