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출처=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출처=현대자동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가 미국 항소심 법원에서 불법 판정을 받으면서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관세 협상이 샐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구두 합의에 의존한 협상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양국이 법적 확실성이 확보될 때까지 협상 속도를 늦추거나 유리한 조건을 새로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행정명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항소 기회를 고려해 오는 10월 14일까지 판결 효력은 유예했지만, 사실상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부과한 관세가 법적 정당성을 잃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판결이 특히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관세 협상에 직접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양국은 지난 협상 과정에서 정식 문서가 아닌 구두 합의에 기초해 관세 인하 논의를 진행해 왔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은 “법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더 낮은 자동차 관세를 요구하며 협상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은 자동차 산업이 수출 주력 품목이라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법적 근거가 흔들린 미국의 관세 조치가 무효화될 경우, 양국은 당초 합의보다 더 큰 폭의 관세 인하를 압박할 수 있고, 이는 협상 전체의 속도를 늦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은 글로벌 무역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인도는 관세 50% 부과에서 벗어날 가능성에 환영 분위기지만, 중국은 협상에서 양보 폭을 저울질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도 국내 승인 과정에서 합의에 대한 의문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 상고 또는 국제무역법원(USCIT) 회부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종 판결이 불법으로 확정된다면, 미국 정부는 이미 납부된 수천억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 요구에 직면하게 되고, 이는 교역국 협상 태세를 더욱 강경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뉴욕주 법무장관 러티샤 제임스는 성명에서 “대통령이 가짜 경제 위기를 만들어 관세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이 관세는 사실상 미국 가계와 기업에 부과된 세금”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교역국들에도 관세 정책의 불안정성이 협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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