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 기사와 무관.@연합뉴스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 기사와 무관.@연합뉴스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법안은 하청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 제한을 취지로 하지만,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적인 건설산업에서는 공사 지연, 금융비용 폭증, 안전사고 위험 확대 등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 후 6개월 뒤 본격 시행된다. 건설사들은 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파급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며 법무·인사 조직을 중심으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원청은 직접 고용관계가 없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면 교섭 의무를 진다. 둘째, 파업 등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된다. 다시 말해 원청은 자신이 고용하지 않은 노동자라 하더라도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고,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노조에 물을 수 없게 된다. 건설사들은 "노조 권익 강화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원청의 부담만 과도하게 커졌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가 건설업 특유의 다단계 구조와 맞물리면서 파급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토공·골조·전기·설비·마감 등 수십~수백 개 협력사가 참여하는 현장에서 어느 한 공정이라도 멈추면 후속 작업 전체가 차질을 빚는다. 업계에서는 "다른 산업에서는 제한적일 수 있는 리스크가 건설업에서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고 우려한다.

건설업은 '공기=비용'이라는 공식이 절대적으로 작동하는 산업이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인 만큼, 공사 일정이 조금만 늦어져도 금융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1조원 규모 사업이 한 달 지연될 경우 금융비용만 약 420억원이 추가된다. 여기에 준공 지연으로 인한 지체상금까지 더해지면 자금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는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고, 대형사조차 공사비 증가와 금융 부담으로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공사들 사이에서는 "법 시행이 곧바로 현장의 비용 리스크로 직결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정 지연은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시공사들이 작업을 서두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추락·협착 등 산업재해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지난해 강도 높은 하도급 투쟁 이후 산업재해 건수가 급증한 것도 무리한 일정 소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려는 법 취지가 오히려 현장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노조 영향력 확대 역시 또 다른 부담이다. 일반 제조업은 기업별 노조가 주류지만, 건설업은 크레인·레미콘·장비 등 직종별 산별노조가 중심이다. 이 때문에 원청이 상대해야 할 교섭 창구는 훨씬 다양하고 요구 사항도 복잡하다. 만약 산별노조들이 순차적으로 교섭이나 파업에 나설 경우, 현장은 사실상 장기간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부의 세부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각사 법무·인사팀은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검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업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입법은 사회적 비용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노란봉투법은 노동자 권익을 보장하는 제도지만, 다단계 구조인 건설업에 그대로 적용되면 원청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공사 차질은 주택 공급 지연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와 시장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설업계는 보완 입법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노동자 권익 보호에는 공감하지만, 원청에만 모든 책임을 지우는 방식은 불합리하다"며 "노사 모두가 책임을 공유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금융비용 부담이 겹친 상황에서 노란봉투법까지 시행되면 중소 건설사의 줄도산은 시간문제"라며 "정부가 업종 특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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