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6661_693314_466.jpg)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에 부여했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철회한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이 뚜렷해지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경영 환경은 날로 악화하는 모양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VEU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VEU는 별도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적 지위를 말한다.
앞서 미 상무부는 2022년 10월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다국적 기업은 건별로 허가를 받게 했다.
이후 2023년 2023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들에 대해선 VEU로 지정해 별도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치로 VEU 지위를 잃으면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 공장,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D램 공장과 다롄 낸드 공장은 내년 1월부터 미국산 장비를 들여올 때마다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은 현상 유지용 장비 반출은 허용하지만 생산 역량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반출은 허가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핵심 생산기지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의 30~40%를 담당하고 있으며, 쑤저우에 패키징 공장도 보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의 40%를, 다롄에서 낸드의 20%를 생산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범용 제품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최근 첨단 장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첨단 공정 전환 지연으로 중국 공장이 구형 제품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KLA 등 미국 기업 장비 의존도를 감안하면 대체 공급처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당장 중국 공장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업들도 이미 대응책을 준비해왔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미국 장비 반입이 막히면서 장기적으로 제품 경쟁력 저하는 물론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28조79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고, SK하이닉스 중국 매출도 7조3650억원으로 15% 이상 줄었다. 미국 규제 강화가 이어지면 중국 공장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을 겨냥한 이번 VEU 철회가 대미 투자의 압박 카드로 활용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동시에 미국 반도체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반도체 패권 장악에 나선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인텔의 지분 10%를 인수하고 최대 주주가 되기도 했다.
정부는 VEU 지위가 철회되더라도 우리 기업들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해당 정책이 장기화 된다면 중국 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라인의 진부화가 진행되며 중국 내 레거시 노드에서의 경쟁 구도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참석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31일 새벽 귀국길에서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 등에 관한 질문에 "일 열심히 할게요"라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