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출처=SK이노베이션]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출처=SK이노베이션]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오는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지난 5월 말 정유·석화 부문의 불황 사이클을 뚫기 위한 유동성 확보와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 재편)이라는 '특명'을 안고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는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자 SK온 이사회 의장으로서 최태원 SK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목표는 재무구조 개선과 본원적 경쟁력 강화다. 취임 직후 장 총괄사장은 불확실성이 큰 에너지·배터리 시장 속에서 조직 안정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했다.

장 총괄사장은 △배터리·석유화학·소재 사업의 균형 전략 △친환경 전환과 ESG 강화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생산 효율과 원가 경쟁력 강화를 밀어붙이며 북미·유럽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석유화학·소재 부문에서는 고부가 제품 전환과 리사이클링·탄소저감 기술 투자에 속도를 냈다. 내부적으로는 '투명한 의사결정'과 '성과 중심 문화'를 강조하며 조직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다만 재무구조 악화는 여전하다. SK온은 2021년 10월 출범 이후 지난해 3분기와 올해 2분기를 제외하면 분기 적자를 이어왔고, 이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리스크로 직결됐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반기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현금흐름(OCF)은 533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조9276억원과 비교해 72% 감소한 수준으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금성 자산은 11조원으로 전년 대비 줄었고, 순차입금은 약 3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단기차입금만 8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해 단기 채무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장 총괄사장은 6월 첫 타운홀 미팅에서 "계열사들이 수익성 악화와 재무구조 부담, 기업가치 하락 위기를 겪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성장과 수익성을 기반으로 사업을 재편해 재무구조 개선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구상은 SK온과 SK엔무브 합병 결정에도 반영됐다. 배터리와 윤활유 사업을 결합해 경영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SK온이 FI(재무적투자자)로부터 조달했던 자금을 조기 상환해 IPO 부담을 줄였다. 특히 영업이익률 11.5%를 기록한 SK엔무브는 수익성이 높아, 상반기 영업이익 2566억 원으로 적자 1016억 원을 낸 SK온의 손실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 총괄사장은 올해 총 8조원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SK온·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유상증자로 5조원 자본 확충, SK E&S 일부 LNG 자산을 담보로 3조원 추가 조달을 추진한다.

동시에 자산 매각도 병행 중이다. 코원에너지서비스는 강남 대치동 본사 사옥을 5050억원에 매각을 추진 중이며, 프리즘에너지를 통해 보유한 중국 ENN 저우산 LNG터미널 지분 10%에 대해 풋옵션 행사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서는 장 사장이 취임 100일 동안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구도를 다지려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본다.

에너지·배터리 산업이 변곡점에 선 상황에서 향후 SK이노베이션을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소재 기업으로 도약시키는 청사진을 그리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장 총괄사장이 100일간 보여준 기조는 속도보다는 방향성 정립에 가까운 행보였다"며 "내년에는 구조 재편과 투자 집행이 본격화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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