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여성이 집 안에서 반려묘와 함께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반려동물 용품을 쇼핑하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7428_694200_955.jpg)
경기 불황으로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위축됐지만 반려동물 관련 소비는 역행하는 모습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지난 2020년 3조원 수준에서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 오는 2027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성장률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내수 산업이라는 점에서 유통업계의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동결건조 간식 30여 종을 판매하며 관련 매출을 전년 대비 15% 이상 확대했고, 롯데마트가 매장 전체 층을 ‘펫타운’으로 조성한 것은 단순한 마케팅 차원을 넘어선다. 기존에는 반려동물 용품이 대형마트 내 부수적 카테고리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점포 구조와 상품 기획을 주도하는 핵심 영역으로 전환됐다는 분석이다.
소비 패턴 또한 인간 중심에서 ‘사람+반려동물’의 공동생활 단위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반려동물의 식품·여가·헬스케어까지 포괄하는 상품군이 늘어나면서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반려동물이 새로운 ‘소비 결정권자’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변화는 인구 구조와 사회문화적 요인과도 깊게 맞물려 있다.
1인 가구 확대와 인구 고령화는 펫코노미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변수다. 편의점 GS25 분석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서울 관악구·성북구 등에서는 전체 반려동물 용품 매출 중 반려묘 관련 상품 비중이 53%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전국 평균에서 애견용품이 60%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이는 반려묘가 1인 가구의 정서적 동반자 역할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령 인구 또한 반려동물 건강 관리에 대한 지출을 늘리며 시장 확대를 견인한다. 치아가 약한 노령견을 위한 동결건조 간식, 알레르기 반응을 최소화한 단일원료 사료 등 기능성 제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용량을 늘린 프리미엄 간식을 출시하며 중·장년층 고객층을 겨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소비를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니라 ‘생활문화 전환’으로 규정한다. 반려동물이 단순한 애완 존재를 넘어 인간과 동등한 생활 주체로 인식되면서, 주거·여가·서비스·헬스케어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페·호텔·리조트 등에서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가능한 시설이 늘어나며 숙박업·외식업·관광업까지 새로운 소비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반려동물 보험, 전문 병원, 장례 서비스까지 확산되며 관련 산업은 전방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결국 유통업계의 경쟁력은 단순한 상품 판매가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생활’을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달려 있다.
향후 유통업계의 전략은 세 가지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과 안전성을 강조한 프리미엄화, 견종·연령별 특화 상품을 내세운 맞춤형, 주거·여가·헬스케어와 연계된 생활화 전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소비 잠재력은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며 “앞으로는 단순히 상품을 파는 수준을 넘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생활 전반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