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본사 전경 [출처=태광그룹]](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7686_694487_5736.jpg)
태광그룹이 국내 뷰티업계 강자인 애경산업 인수 작업을 추진한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실적이 부진하자 애경산업 인수를 통해 화장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지분 63% 매각 우선협상자로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낙점했다.
■ 태광산업 부진 애경산업으로 돌파구 모색
이번 딜은 자금이 필요한 애경그룹과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태광그룹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경산업은 1985년 4월 그룹에서 생활용품 사업 부문을 떼어내 설립된 회사로 화장품과 생활용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791억원 규모. 애경그룹의 재무 부담이 늘면서 부채 해소를 위해 애경산업 지분 매각을 추진해 왔다. 지주사인 AK홀딩스 총부채는 작년 말 기준 4조원 수준으로, 부채비율이 328.7%에 이른다.
태광그룹은 섬유·통신·금융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지만 전통적인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분야가 상대적 약점으로 꼽힌다.
그룹 섬유·석유화학 계열사인 태광산업은 올 상반기 16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97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4% 줄었다. 특히 전체 매출의 약 32%가 SOHO COMMODITIES AND ENERGY UK, 효성티앤씨,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3대 거래처에 집중돼 사업 리스크가 존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7월에는 20년간 운영해 온 중국 스판덱스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태광화섬의 스판덱스는 주로 의류용 신축성 소재로 사용됐는데 중국 경쟁사들이 저렴한 제품 공세를 펼치면서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올 상반기 태광화섬(상숙) 유한공사는 1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태광산업은 지난 7월 2년간 약 1조 5000억원을 투자해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 개발 관련 기업을 인수하며 사업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핵심 계열사의 부진을 씻고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생활 소비재 사업을 통해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애경산업은 샴푸 브랜드 ‘케라시스’, 세제 브랜드 ‘스파크’ 등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생활용품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 M&A 시동 건 태광그룹…이호진 전 회장 복귀 전망도
태광그룹의 애경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인수합병(M&A) 전략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태광그룹이 M&A를 연달아 시도하면서 이호진 전 회장의 복귀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06년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피데스증권중개(현 흥국증권)를 인수하며 금융계열사를 확장했다. 2003년부터는 한빛방송 등 20여 곳의 유선방송사업자(SO)를 차례로 인수, 케이블 방송 사업에 진출했다.
다만 이 전 회장은 지난 2023년 사면·복권으로 일부 사법 리스크의 짐을 덜었지만 간암 투병으로 건강이 악화해 경영 복귀에 나서지 못하는 상태다. 태광산업의 2대 주주로 주주행동을 벌이는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이 전 회장의 복귀를 촉구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의 경영 정상화와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최대주주이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전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정식 복귀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