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태광그룹]
[출처=태광그룹]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3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체질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석유화학 의존도가 75%에 달하는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화장품·부동산·숙박 등 신사업을 키워내겠다는 포석이다.

2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2025년 6월 말 연결) 가운데 약 1조원을 신사업 투자에 투입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인수가 태광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매각 자문사 삼정KPMG로부터 자사와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가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로, 거래 금액은 4000억 원 후반대에 이를 전망이다. 태광산업은 "향후 구체적 조건이 확정되는 대로 법적 절차에 따라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태광산업의 투자 기조 전환과 맞닿아 있다. 회사는 지난 7월 "화장품과 에너지, 부동산 개발 기업의 인수 및 설립에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석유화학·섬유 중심 사업 구조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공세로 흔들리면서, 2022년부터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매출 역시 2조원대에서 올해는 1조원 초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 태광산업은 지난 7월 중국 진출 20년 만에 스판덱스 생산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사업을 철수하기로 최종 결정하기도 했다. 당시 이사회에선 해외 종속회사 태광화섬(상숙)의 영업 중단을 결의했으며, 8월 중 모든 생산을 멈추고 다음 달까지 재고 판매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연말까지는 매출채권 회수와 직원(502명) 계약 해지를 완료할 방침이다. 

태광산업의 석유화학 제품은 고순도 테레프탈산(PTA)과 아크릴로니트릴(AN) 등이 중심인데, 특히 PTA는 중국발 공급 과잉 직격탄을 맞으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사업에 더 이상 의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는 분석이다.

현재 태광산업은 2조1719억원(6월 말 기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석유화학 투자 5000억원, 운영자금 5600억원을 제하고도 약 1조원이 남아 있어 공격적 투자가 가능한 상황이다.

애경산업은 생활용품 '케라시스'와 '2080', 화장품 '루나', '에이지스투웨니스' 등 대중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유통망도 홈쇼핑·온라인몰·대형마트·면세점 등으로 탄탄하며, 중국·동남아·미주로 수출 비중을 넓혀가고 있다. K뷰티 열풍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시점에서 태광산업이 글로벌 확장을 겨냥한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만하다는 평이 나온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태광그룹이 전사 차원의 M&A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도 커졌다. 태광그룹은 지난 2008년 티브로드(현 SK브로드밴드) 인수를 마지막으로 대형 M&A를 멈췄으나, 17년 만에 다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태광산업은 애경산업(화장품) 뿐만 아니라 메리어트 남대문(호텔·부동산) 인수전(戰)에서도 유력한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생명은 이지스자산운용(금융) 인수를 두고 한화생명과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태광산업은 그동안 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사업을 전개해 왔기 때문에 화장품 분야에서도 이해도가 높을 것으로 본다"며 "인수 후 안정적으로 안착한다면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수직 계열화를 구축할 수 있고, 수익 구조 개선과 원가 절감, 생산 효율 제고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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