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제 22회 에너지의 날’을 맞아 8월 22일 오후 9시부터 5분간 전국 홈플러스 매장 조명을 일제히 소등했다. [출처=홈플러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8202_695068_2840.jpg)
국내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가 제조업을 웃도는 탄소배출 규모로 지적을 받았다. 대형마트 3사는 자체적인 에너지 절감 설비 투자와 매장 운영 효율 개선을 통해 감축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글로벌 유통사 대비 전략적 접근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회에서 열린 ‘먹거리 유통산업 탄소감축과 에너지 전환 토론회’에서 대형마트의 탄소배출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이날 ‘먹거리 유통산업의 탄소배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효희 경기지속가능농정연구소 소장과 송원규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정책실장은 대형마트 3사의 전력 사용량과 탄소배출량이 LG전자·기아차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의 전력 다소비 요인으로 냉난방, 냉동·냉장 설비, 조명을 꼽았다. 그러면서 “대형마트 체제는 전국적으로 균질화된 매장 운영, 냉난방, 냉동·냉장 설비, 24시간에 가까운 조명·환기 가동으로 인해 산업용 전력과 맞먹는 규모의 전력 소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탄소배출량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실제 탄소배출량을 매출액으로 나눈 탄소집약도를 보면 국내 대형마트는 해외 대형마트인 월마트, 테스코, 까르푸, 이온보다 2.4~4.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정책과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제도(배출권거래제·목표관리제·에너지이용합리화법)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제조업·발전업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유통산업은 사실상 제외돼 대형마트가 실제로는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고 있지만, 규제와 관리에서 벗어나 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가 ‘환경파괴’란 꼬리표가 붙은 가운데 대형마트 3사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직접배출(Scope 1)과 간접배출(Scope 2) 총합이 52만2502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예상 배출량(BAU) 대비 약 5300톤 줄인 수치다. 기타 간접배출(Scope 3) 부문에서도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Scope 3 배출량은 약 390만톤으로 전년 683만톤 대비 42.9% 줄었다. 여기에 이마트 에브리데이 발생량(43만톤)을 더해도 총합은 433만톤 수준으로 지난해 단독 Scope 3 배출량보다 250만톤 가까이 줄었다.
이마트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전국 점포에 고효율 설비를 도입했다. 29개 점포에 터보 냉동기, 고효율 압축기, 태양광 발전기, 저전력 배기팬, 에어커튼 센서 등을 설치하고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사물인터넷(IoT) 온도센서를 활용한 냉난방 자동제어로 효율을 높였다. 절전 실천 캠페인도 병행해 감축 효과를 끌어올렸다.
롯데마트 역시 매장 내 에너지 효율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국 54개 롯데마트와 12개 롯데슈퍼 점포에 총 66기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연간 약 6400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있다.
유통업계 최초로 식약처와 협력해 쇼케이스 도어 설치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롯데마트 87개 점포, 롯데슈퍼 62개 점포에 쇼케이스 도어 설치를 완료해 냉기 유출을 막았다. 설치 전 대비 전력 사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2010년부터는 매장 조명을 LED(발광다이오드)로 교체했고 최근에는 노후 LED를 고효율 제품으로 추가 교체해 연간 약 2만MW 전력 절감을 달성했다.
홈플러스는 전사적인 노력을 통해 에너지 효율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우선 점포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점포 노후 형광등을 고효율 LED 조명으로 교체했다. 주요 점포에서는 식품 냉장고에 문을 달아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했다.
임직원이 함께하는 사내 에너지 절약 캠페인도 전개 중이다. 여름철 실내 온도 26도 유지, 접견실·회의실 이용 후 조명 끄기, 사무공간 층간 이동 시 계단 이용, 퇴근 시 모든 전자기기 콘센트 분리 등이 있다.
매년 에너지의 날에는 오후 9시부터 5분간 전국 점포 매장 시계탑 간접 조명과 외부 간판 등 주요 조명을 소등하고 매장 안내 방송을 통해 고객들에게 에너지 절약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 외에도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환경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친환경 패키지 캠페인을 통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폐기물을 감축하기 위한 자체 브랜드(PB) 무라벨 생수·탄산수 판매, 무색 페트병 도입, 재생 플라스틱 원료를 활용한 농산 포장재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2021년부터 4개년 동안 플라스틱 사용량을 목표치보다 130% 이상 절감하는 성과를 냈다. 또 친환경 전기차 보급 증가에 발맞춰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108개 점포에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했다. 모바일 영수증 발급을 활성화해 종이 영수증 사용을 줄이고 있다.
이효희 소장은 “유통산업발전법은 산업 규제 논의 중심으로 에너지·기후 연계가 취약하다”면서 “기후 위기 대응이 새 정부의 중요한 국정 과제로 논의되고 있는 만큼 탈탄소화, 탄소중립 관련 제도화 방안에 대한 사회적 이슈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