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마을 매각 작업이 시작부터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되고 있다. [출처=정육각]](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8355_695233_3258.jpg)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유기농 식품 브랜드 초록마을이 M&A(인수합병) 작업에 돌입했지만 시작부터 인수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M&A가 통상적인 주식 매매가 아닌 질권 실행(채권자가 담보물을 처분해 채권을 우선적으로 변제받는 절차)을 통한 이례적 구조로 추진되는 데다 기존 경영진의 강한 경영권 고수 의지까지 겹치면서 잠재적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초록마을 매각은 신한캐피탈이 보유한 지분 99.8%의 1순위 근질권(동산·채권 등 유동적 재산에 대해 채무불이행 시 우선적으로 변제 받을 수 있는 권리)을 실행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인수 희망자는 신한캐피탈과 주식매매 약정서를 체결한 뒤 질권 실행을 통해 지분을 확보하고 이후 법원에 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해야 최종 인수가 가능하다.
이 과정은 일반적인 회생 M&A에 비해 절차가 복잡하고 변수도 많다. 전례가 드문 방식인 만큼 투자자들이 구조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불확실성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은 기존 경영진의 의지다. 김재연 초록마을 대표는 채권자 동의 없이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회생을 강행한 배경에는 경영권 유지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대표가 법률상 관리인으로 선임돼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고 채무 일부 조정을 통해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인수자 입장에서는 경영권 교체 지연과 대표 퇴진 보장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법원 절차와 기존 경영진의 버티기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잠재적 투자자들이 추가 리스크를 부담해야 할 수밖에 없다.
초록마을의 실적 악화도 부담 요인이다. 2023년 기준 매출은 1788억원이지만 영업손실은 86억원에 달했다.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800억원을 웃돌고 지난해 말 기준 보유 현금은 6600만 원에 불과하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신사업 중단,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버텼지만 대형마트의 온라인 강화, 쿠팡프레시·마켓컬리 등 신선식품 플랫폼 부상으로 입지가 축소되면서 지난 7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자산과 전국 260여 개 매장망은 매력적이지만 적자 구조와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인수 매력을 반감시킨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컬리, GS더프레시, 더본코리아, 아성다이소 등이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들 역시 전체 인수보다는 일부 점포 확보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적자 구조가 리스크지만 매장망과 브랜드 자산은 저평가된 기회일 수 있다"며 "가격과 거래 구조 설계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