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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운용 미래산업부 기자

"하방은 막혀 있는데 상방은 뚫렸다.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 같아 걱정이다."

SK하이닉스 임금 교섭 잠정 합의안이 발표된 다음 날, 기자가 선배에게 한 말이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임금 6% 인상과 성과급 상한제 폐지다. 이는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미국의 경우 해고가 쉬우나 그만큼 성과에 대한 보상도 열려 있어 능력만 있다면 일반 월급쟁이도 수십억원씩 버는 게 가능하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고용 안전성이 높아 쉽게 해고되지 않지만, 대신 성과에 따른 보상도 막혀 있다.

기자의 논지는 간단했다. 균형이 깨졌다. 고용 안전성이 높은 상태에서 보상만 무한정 높아질 수 있다면 이는 기업들한테 부담이 될 게 뻔했다.

그럴 듯해 보이는 이 논리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절반만 맞는 얘기란 걸 알 수 있다.

얼마전 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란 제목의 이 다큐는 최첨단 영역에서 중국이 어떻게 한국을 앞질렀는지를 보여준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선박, 자동차, 가전, 스마트폰,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 품목 중 그 어느 것 하나 중국의 따돌림에서 자유로운 것이 없다. 심지어 일부 품목은 이미 중국이 앞서 있다.

중국의 전략은 간단했다. ‘인재 육성’.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했고, 학생들의 일순위 목표는 명문대 공대에 진학하는 것이 됐다.

그러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과학자들을 향한 존경심만으론 ‘인재에 미친’ 중국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워런 버핏의 멘토이자 영원한 친구 찰리 멍거는 “나는 평생 인센티브의 힘을 이해하는 데 있어 상위 5%에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힘을 늘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

인재가 왜 공대에 가지 않고, 의사가 되는가. 단순하다. 돈을 더 많이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공대가 죽어간다, 반도체 인력이 모자라다, AI 전문가가 없다 말이 많지만 더욱더 의대로 몰릴 뿐 공대로 가려 하지 않는다.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엔지니어가 의사보다 더 많이 번다’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인건비 아껴가며 물건 만들어 파는 시대는 끝났다. 초격차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그 격차를 만드는 건 누가 뭐 래도 ‘사람’이다. 이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바다 건너 미국에선 인재 한명을 데려오기 위해 수백억원을 쓰는 마당에 성과급에 제한이 걸려 있다면 누가 이 먼 한국까지 오겠는가.

해외 인재는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의사보다는 더 많이 벌 수 있게 해줘야 국내 인재가 오지 않겠는가.

분명 고용 유연성도 필요한 일지만, 그에 맞춰 세계적인 인센티브 제도도 필수적이다. 최고의 인재에겐 최고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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