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랜드 화성 타스만 생산 라인 [출처=기아]
오토랜드 화성 타스만 생산 라인 [출처=기아]

국내 완성차 5사(현대자동차·기아·르노·KGM·한국GM)가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 돌입한 가운데, 주요 노조가 역대급 요구안을 제시해 협상 난항이 예고됐다. 트럼프발(發) 관세의 직격타를 맞은 주요 제조사는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수조원 감소할 전망이라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기아 노조는 정년연장과 같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의제까지 협상 카드로 꺼내 들었다. 향후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제조사 노사는 2025 임단협 또는 임협 요구안을 마련했다. 기아를 제외한 제조사 노사는 상견례를 마치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는 오는 7월 말께 상견례를 진행한다.

노동계 맏형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요구안을 내놨다. 기본급 5.8%(14만1300원) 인상을 포함해 ▲전년도 순이익 30% 지급(주식 포함) ▲상여금 900% ▲정년연장(만60세→64세) ▲임금피크제 폐지 ▲근로시간 단축(주 4.5일제) 등을 제시하며 사측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관세 문제를 언급하며 현실적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발(發) 관세 영향으로 하반기 8조~9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므로 성과급 등 과도한 지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년연장, 주 4.5일제와 같은 의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올해 임단협을 통해 협의하기는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기아는 지난 11일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고 사측에 내용을 전달했다. 노조는 ▲기본급 5.3%(14만1300원) 인상을 포함해 ▲영업이익 30% 성과급 ▲특근개선지원금 추가 지급(7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평균임금 포함 ▲주 4일제 도입 ▲정년연장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받는 부분은 성과급 규모와 주 4일제 요구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순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으로 설정해 성과급 규모를 늘렸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공약인 주 4.5일 도입에서 나아가, 주 4일제를 요구해 업계의 예상을 깼다. 노사는 오는 7월 28일 상견례를 열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방침이다.

철수설로 끊임없는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GM 노사는 교섭 결렬로 이미 세 차례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기본급 5.9%(14만1300원) 인상 ▲성과급+격려금 6390만원 ▲미래발전 비전 요구 ▲신차 확약 및 전동화 계획 ▲생산 중인 아키텍처 업그레이드 제품 조기 출시 ▲내수 10% 회복 포트폴리오 및 판매 증대 계획 ▲수출 국가 확대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노사 또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성과급 400만원 지급 ▲호봉제 재도입 ▲임금피크제 폐지 ▲임금제도 개선 ▲직무수당신설 등을 놓고 사측과 협상 중이다. 앞서 노조는 지난 3일 협상 결렬을 선언했으며, 이날 재교섭에 돌입했다.

15년 연속 무파업 타결 중인 KGM(옛 쌍용자동차) 노사는 지난달 교섭을 개시하고, 비교적 조용하게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3만9000원(6.43%) 인상 ▲신차 출시 격려금 100만원 ▲TCA 수당 매년 2만원 인상 ▲근속수당 구간신설 및 인상 ▲성과급(PI, PS)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GM은 올해 임금 협상에서 ▲기본급 6만300원 인상 ▲성과급 1600만원 등을 제시했다. 양측의 이견이 커 노조는 향후 추가 파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계 다수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협상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보다 가중되는 현 상황에서, 노동생산성이 OECD 회원국 중에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 무작정 주4.5일제 도입이나 정년연장을 요구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를 공멸의 길로 추락시킬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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