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가 11일 소액결제 사태와 관련해 광화문 KT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출처= 김채린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9546_696715_347.jpeg)
초고속 5G 강국을 자부해온 한국이 지금 '사이버 위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최대·최악의 해킹'으로 불린 SK텔레콤 사태에 이어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까지 터지며, 국내 통신망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났다. 최근 6년간 기업이 신고한 사이버 침해사고만 7000건을 넘긴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이버 공격은 이제 기업 리스크가 아니라 국가 안보의 뇌관"이라고 경고한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연쇄 해킹 사태의 전말과 구조적 허점을 짚고, 우리 정부와 사회가 점검·보완해야 할 해법을 분석해 본다.<편집자 주>
KT의 소액결제 해킹 사태가 단순한 소비자 피해를 넘어서, 국가기간 통신망 관리 책임이라는 높은 잣대를 경영진에게 요구하는 국면에 진입했다. 국민 생활과 안전에 필수적인 통신망을 맡고 있는 기업의 경영적 리스크와 책임 소재가 공론의 중심에 놓였다.
국가기간 통신망은 국민의 생업·교육·방송·의료 등 필수 서비스다. 통신망의 안전성·신뢰성 확보는 단순히 기업 경쟁력의 문제가 아닌 국가 안보 및 사회 안정의 문제로 평가된다.
23일 과기정통부 조사단 등에 따르면 KT는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4대의 내부망 접속을 허용했고, 이로 인해 약 2만30명의 가입자 통신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 대상 통화 기록은 약 220만 명, 2267만 건에 달하는 ARS 통화 로그 분석이 이뤄졌다.
유출정보는 IMSI, IMEI, 전화번호 등이다. 피해자는 초기 278명에서 현재 362명으로 증가했고 피해액도 약 1억7000만원에서 2억4000만원 규모로 늘었다. 피해자와 피해액이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해자 규모의 확대, 보안 취약점의 단계적 인지, 정보 공개 및 대응의 비일관성 등은 단지 기술적 사고를 넘어 기업의 공공적 신뢰 기반을 흔드는 사안이다.
KT의 소액결제 사태에서 경영진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효율화에 기반한 구조조정, 초기 대응 방식, 공공성 훼손 여부 등이다.
KT는 김영섭 대표 체제하에서 AI와 신성장·미래 사업 중심 투자를 강조해왔고, 노동·인력 효율화를 지속해왔다. 반면 전통적인 네트워크·펨토셀 같은 통신망 기반·운용 역량 쪽의 전문성이나 체계적 관리가 뒷전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초기 대응과 정보 공개도 지연됐다. 정부에 따르면 KT는 사건 인지 이후 ‘서버 침해 정황’이 발견됐음에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한 시점이 늦었고, 피해 유형과 피해 규모가 순차적으로 커지면서 초기 보도와 발표 간의 정황 변경이 반복됐다. 이로 인해 소비자 혼란과 불신이 커졌다.
기업 공공성과 사익 우선 간 갈등 가능성도 존재한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 단체는 “KT의 경영진이 통신 보안에 대한 공적 책임감을 기업 핵심 가치로 삼기보다는 재무·AI 사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왔다”고 비판한다. 이 비판에는 김영섭 대표의 리더십 및 조직 내 보안 책임자(CISO 또는 네트워크 기술본부장)의 위상·자원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도 포함돼 있다.
과방위는 오는 24일 청문회를 열고 김영섭 대표를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청문회에서는 펨토셀 관리 체계, 내부 보고 절차, 최초 인지 시점, 대응 의사소통과 정보공개 타이밍 등이 집중 질의 대상이다.
기업 평가는 재무실적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 역량도 포함된다. 이번 사태로 인해 고객 이탈, 브랜드 가치 하락, 정부 규제 강화 가능성 등이 경영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증권사 평가 역시 책임 경영 및 보안 투자 강화 요인을 KT 투자 리스크에 포함했다.
정부는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기업의 신고·공개 의무 강화, 해킹 또는 보안 사고 발생 시 경영진 책임 추궁, 징벌적 과징금 도입 등을 검토 중이다. 불법 기지국 접속 허용 등의 관리 체계 허점이 있으면, 법적·행정적 책임 소재가 경영진에게 귀속될 여지가 커지고 있다.
향후 청문회 및 정부 조사 결과, 그리고 KT 내부의 보안 체계 및 조직 문화가 얼마나 실제 변화하는지가 김영섭 대표와 주요 임원들의 경영 계속성 및 거취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