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출처=셀트리온 유튜브 캡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9684_696836_1730.jpg)
“미국이 주력 시장인 기업들에게 관세 회피 방법은 미국 내 생산밖에 없습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 공장 인수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했습니다.”
셀트리온이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위치한 릴리 공장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공장 인수가 아니라 관세 문제 해결·시간 단축·수익성 확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3일 인수 발표와 함께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결정의 배경과 향후 전략을 상세히 설명했다. 우선 서 회장은 “미국에 물건을 팔려면 결국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며 관세 리스크 해소를 최우선 이유로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의약품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이는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부담이었다. 셀트리온은 ‘관세를 회피하는 방법은 현지 생산뿐’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 일환으로 미국 공장 인수라는 방법을 택했다.
셀트리온은 공장 인수 대금(약 4600억원)을 포함한 초기 운영비 등 비용으로 총 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후 인수 공장내 유휴 부지에 생산시설 증설을 추진, 최소 7000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공장 인수와 증설에만 최소 1조4000억원의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셀트리온이 뉴저지 공장을 선택한건 뉴저지가 미국 제약사의 ‘메카’ 같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대형 제약사들이 몰려 있는 데다 인재풀도 풍부하다. 자연재해 위험도 낮고 특히 한국 교민 사회도 있어 주재원들이 살기에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 회장은 “원래는 보스턴에 연구소를 지으려 했는데, 공장을 인수하고 보니 이 부지 자체가 워낙 좋아 자연스럽게 연구 인력까지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그 공장에 지금 현재 생산 인력만 있는 게 아니라 연구개발(R&D) 인력들과 생산 기술 인력들도 꽤 잘 포진돼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공장은 이미 가동 중인 바이오 원료의약품(DS) cGMP(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생산 시설로 인수 즉시 운영할 수 있다. 약 5년 이상의 시간과 조(兆) 단위 이상의 비용이 드는 신규 공장 건설 대비 자사 제품 생산 시점을 크게 앞당길 수 있고 투입 비용도 낮다는 게 셀트리온 측의 설명이다.
인력 역시 기존 직원 전원 고용 승계로 교육·채용 비용 최소화가 가능하다. 이번 계약에는 공장 운영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한 현지 인력의 완전 고용 승계까지 포함됐기 때문에 인력 공백 없이 공장을 가동하면서 운영 안정성과 생산성을 이어 갈 수 있다.
셀트리온은 릴리와 위탁생산(CMO) 계약도 함께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셀트리온은 해당 공장에서 생산해 온 원료의약품을 릴리로 꾸준히 공급할 예정으로, 미국 현지 생산거점 마련과 동시에 강력한 성장동력도 확보하게 됐다.
서 회장은 “인수 직후부터 매출 발생이 가능하다”며 “2026년 말 밸리데이션을 마치고 2027년부터 자사 제품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며 CMO 매출과 병행해 흑자 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우려한 공장 품질논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번에 인수한 뉴저지 공장은 과거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질 관리 문제로 지적을 받은 이력이 있지만 셀트리온은 현장 실사를 진행한 결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 회장은 “2024년 FDA 실사에서 모든 지적 사항 해소 및 통과됐고 릴리가 최근 수년간 시설·장비 등에 전체 투자금의 약 70% 정도되는 금액을 투자했다”며 “실제로 가보니 셀트리온의 최근 공장과 별 차이가 없었다”라고 했다. 즉, 과거의 품질 논란은 이미 정리됐고 셀트리온은 ‘검증된 클린 시설’을 인수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면서 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의약품 생산 전(全)주기 과정에 걸친 원스톱 공급망을 시장내에 갖추게 됐다. 현지 제품 생산으로 기존 발생했던 미국 향(向) 물류비를 비롯해 외주 CMO 대비 생산 비용을 상당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 회장은 마지막으로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가격과 관세 문제, 합병 이슈까지 모두 다 털어냈다”며 “셀트리온이 정상 영업 조건으로 복귀한 만큼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