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생성이미지. [출처=오픈AI]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산 우선주의’와 ‘의약품 고율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바이오기업들이 내놓은 대응 전략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한국기업인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해 관세에 정면 돌파를 결정한 반면, 일본기업인 AGC 바이오로직스는 미국에 있는 대형 공장을 매각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26일 한국바이오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일본 AGC 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Boulder)와 롱몬트(Longmont)에 위치한 대규모 포유류 세포 기반 생산시설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두 시설은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지난 2020년에 인수한 대형 제조 거점으로 규모만 따져도 볼더는 17만8000 평방피트(약 1만6500㎡), 롱몬트는 62만2000 평방피트(약 5만 5700㎡)에 달한다. 볼더에는 2만 리터급 배양기 2기가 갖춰져 있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DMO)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시설이다.

그러나 AGC는 이 시설의 매각과 함께 278명에 달하는 엔지니어링·품질제조 인력을 오는 11월 15일까지 해고하고 연말까지 정리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AGC는 이번 구조조정과 동시에, 시애틀 글로벌 본사 및 덴마크·일본·독일·이탈리아 등 다국적 거점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AGC 측은 “대형 포유류 공장 매각은 중형 규모 생산과 미생물 기반 생산,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에 더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미국 내 제조 입지를 신속히 확보하려는 기업에게는 인력과 시설 모두 매력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기업인 셀트리온은 정반대 길을 택했다. 셀트리온은 미국 일라이 릴리 자회사 임클론 시스템즈 홀딩스로부터 뉴저지주 브랜치버그(Branchburg)에 위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약 460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에는 초기 운영비까지 합쳐 약 7000억원이 투입되며 셀트리온은 이후 공장 내 유휴 부지에 신규 생산시설 증설까지 추진한다. 추가 투자 규모만 최소 7000억원 이상, 인수·증설 총액은 1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인수 주체는 셀트리온 미국법인으로 이는 현지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이고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연말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며 이를 통해 셀트리온은 “향후 발생 가능한 모든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기업의 행보는 단순한 투자 차이가 아닌 각국의 바이오산업의 전략으로 바라볼 수 있다. AGC는 대규모 생산보다는 특화 분야와 신기술(세포·유전자치료제, mRNA, 미생물) 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는데, 이는 미국 관세 리스크를 직접 떠안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글로벌 선두주자로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이 중요하다. 이에 현지 직접 생산기지 확보는 단순한 방어책이 아니라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는 ‘공세적 투자’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리스크가 현살화되면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공격적 현지화 전략은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구도를 더욱 치열하게 만들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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