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노동조합원과 직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규탄하고 있다 [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9866_697050_412.jpg)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명운이 달린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하루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위 1급과 금감원 임원은 사표를 냈고 금감원 직원들은 투쟁 수위를 올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양 기관 수장은 나란히 미국 출장길에 올라 자리를 비웠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위원회 해체 등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여당 주도의 법안 상정에 반대한다며 모든 법안들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맞불을 놓기로 하는 등 대립이 극심지고 있다.
금감원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이어 임원 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의 요구에 의해서다. 이들 11명 모두 전임 이복현 원장 시절에 선임된 임원들이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앞서 조직 쇄신을 서두르기 위한 일환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일괄 사표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경제·금융 관련 당국에서 모두 최고 실무책임자 전원에게 사표를 제출 받은 건 흔지 않다. 그만큼 새 정부가 조직 개편 의지가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양 기관 두 수장은 자리를 비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와 '한국경제설명회(IR) 투자 서밋'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길에 동행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동시에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들은 'K-증시 세일즈'에 나서기 위한 일환이지만 하필 조직개편 법안 상정을 앞둔 시점이라 출장 타이밍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많다.
두 수장은 정부 방침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직원들에게 전달한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5일 정부 조직개편과 관련해 "국가의 결정이 내려지면 따라야 하는 게 공직자의 책무"라 말했고 이 원장도 "금감원은 공적 기관으로서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투쟁수위 올리는 금감원…패스트트랙 지정되면 장기화 조짐
윗선에서는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기 위해 움직이는 반면 내부 직원들의 반발은 극심해지고 있다.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는 국회 앞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반대하는 야간 집회를 연다. 비대위는 최근 당정이 발의한 금융위 설치법과 각 업권법 등 조직개편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대체 법안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 직원들은 장외 투쟁 수위를 올리고 있다. 이날부터 서울 주요 5대 시중은행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간다. 은행들도 재경부, 금감위, 금소원 등 상위 기관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큰 가운데 이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은행 직원들에게 감독기관 증가로 인한 업무 확대, 비용 분담 증가를 호소하며 조직개편법안 반대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야당과 금감원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에서 금융감독 개편은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
여야는 전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에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데다가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예고했고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부수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영향을 받는 모든 법안들에 대해 모두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경우 정부·여당의 입법 강행을 최소 수개월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조직법이 통과될 경우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개정안의 영향을 받는 기관들은 소관 법안들을 모두 손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