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히메현 위치한 이마바리조선의 이마바리 야드 전경. [출처= 이마바리조선]
에히메현 위치한 이마바리조선의 이마바리 야드 전경. [출처= 이마바리조선]

[도쿄(일본)=이혜미 기자]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앞세운 한·미 조선협력 구상이 한국 조선업계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업계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일본 정부가 '국가대표 조선소' 구상과 대미 협력 담론을 내세우지만, 현장에서는 "함정·MRO(정비·보수·개조)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냉정한 계산이 먼저 나온다.

최근 도쿄에서 만난 일본 해사신문의 조선 전문기자 고미 요시노리 씨는 본지에 "함정은 상선 대비 본질적으로 수익성이 낮다. 방산원가 산정 기준에 따라 일본은 이익률 상한 20%, 한국은 16%가 적용된다"며 "이 구조에서 기업이 미국 협력에 적극 나설 유인은 약하다"고 말했다.

수요 자체는 분명하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미 해군 함정 MRO의 제때 완료율은 40%에도 못 미치고, 잠수함의 약 30%가 수리 대기 상태에 놓여 있다. 네 곳의 국영 조선소 역량이 포화 상태인데다 숙련 노동자 부족이 누적된 결과로, CRS는 이를 "2차대전 이후 보기 드문 이례적 상황"으로 진단했다.

이에 미국은 지역 정비 프레임워크(RSF)를 통해 동맹국 조선소 활용에 적극적이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이 연이어 한국을 방문해 HD현대·한화오션 경영진과 회동하고 협력 확대를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일본은 한발 물러서 있다. 이마바리조선 히가키 유키토 사장은 지난 7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해군함 경험이 없는 당사로선 미국 지원에 직접 나서기 어렵고, 우선은 자국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고 잘라 말했다.

올해 미 해군의 원정이동기지선 미겔 키스 호의 MRO를 수행한 미쓰비시중공업(MHI) 역시 "정비 확대는 정부 방침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미 씨는 "MRO는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적어 민간 기업이 선뜻 확대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전했다.

우리 기업들이 '마스가' 프로젝트를 통해 대미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는 것과 달리, 미국 현지 건조 확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그는 "미국은 인건비·조달비가 높아 한국에서 90%를 만든 뒤 현지에서 마무리하면 공정은 번거롭고 비용만 치솟는다"고 말했다. LNG선을 미국에서 경쟁력 있게 만들려면 "인력문제·공급망 등 고려할 때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냉담한 평가도 내놨다.

일본 조선업 쇠퇴의 구조적 배경에는 리스크 회피적 시장구조가 있다. 고미 씨는 "환율·자재 가격에 따라 부침이 심한 조선업 특성상 상장사가 단기 이익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대형 상장사들이 조선에서 철수했고, 지금은 일부 오너사와 대기업 자회사 중심으로 명맥을 잇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대 브라질 투자 실패 경험도 해외 진출 기피를 부추겼다. 당시 미쓰비시·가와사키 등 일본 대형 조선사들은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했으나 수천억 원대 손실을 남기고 철수했다. 이 뼈아픈 경험은 지금도 업계 전반에 "해외 생산=적자"라는 인식을 남겼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침체한 조선업 회생을 위해 국립 조선소 설립과 1조엔 규모 설비 투자 기금 조성을 추진 중이다. 국가가 조선소를 건설·인수한 뒤 민간에 운영을 맡기는 '국유시설 민간위탁’'방식을 통해 축소된 조선 인프라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차갑다. 고미 씨는 "조선만 국유화하자는 논리는 현실성이 없고 다른 업종의 반발도 불가피하다"며 "정치권 담론에 가까운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대형사의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일본 업계 1위 이마바리조선은 올해 6월 JMU(재팬마린유나이티드)의 지분을 60%까지 늘려 자회사로 편입한다. 합병이 완료되면 건조량 기준 세계 4위 조선사가 된다.

양사는 글로벌 점유율을 '2030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업계는 "리먼 사태 이전보다 글로벌 발주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달성은 어렵다"는 현실론을 내놓는다.

※ 이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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