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요코스카 기지에서 정비가 진행 중인 이지스 구축함 '밀리어스(DDG-69)'함 모습. [출처=이혜미 기자 ]](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275_698670_245.jpeg)
[요코스카(일본)=이혜미 기자] 도쿄 남쪽으로 한 시간, 요코스카에 들어서자 영어 표지판과 외국인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어두운 구름이 깔린 항만에는 묵직한 회색 선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미 해군 제7함대의 전진배치 함정과 해상자위대 군함이 나란히 계류된 풍경은, 이곳이 단순한 군항이 아니라 미·일 동맹의 ‘심장부’임을 보여준다.
이날은 국지성 호우로 기지를 한 바퀴 도는 투어 크루즈가 운항하지 않아 안쪽까지 둘러보긴 어려웠다. 맑은 날이라면 크루즈선을 타고 항구 내부를 돌며 항공모함은 물론, 이지스 구축함과 강습상륙함까지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대신 건너편 베르니공원에서 마주한 군항에는 정비 중인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밀리어스(DDG-69)'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원에서는 볼 수 없지만 기지 안쪽에는 항공모함이 접안할 수 있는 대형 계류 안벽도 자리 잡고 있다.
요코스카는 1945년 일본 패전 직후 미군이 접수하면서 전진 기지로 전환됐다. 원래 메이지 정부가 세운 요코스카 조선소에서 출발해, 제2차 세계대전 중엔 일본 제국 해군의 주요 전함과 항모를 건조·정비했던 곳이다.
한국전쟁 발발을 계기로 1951년엔 조선소 기능이 다시 가동되며 극동 최대의 보급·수리 기지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6기의 드라이도크와 19개의 접안시설, 수백 개 기자재 협력업체가 기지 안팎에 몰려 있어 미군과 자위대 함정의 수리·개조를 일상처럼 수행한다.
![베르니 공원에서 바라본 요코스카 군항의 모습. [출처=이혜미 기자 ]](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275_698671_2449.jpeg)
현재 요코스카 기지는 제7함대 본부가 위치한 미국의 핵심 전진 거점이다. 7함대는 50~60척의 함정과 350여 대 항공기를 운용하며, 이 가운데 18척이 일본과 괌에 상시 전진 배치돼 있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유일한 항공모함 모항(homeport)으로, 지난해부터 니미츠급 원자력 항모 '조지 워싱턴'함이 다시 배치됐다.
요코스카는 70년이 넘는 군수·정비(MRO)의 역사가 있다. 미 해군은 대양을 건너 본토로 회항시키기보다 전진 기지에서 창정비를 끝내 작전 가용도를 높인다. 요코스카와 사세보를 축으로 한 산학 협력망, ISO 기반 공정 표준화, 미군 인증체계는 일본이 오랜 시간 쌓아온 경쟁력이다.
최근에는 상륙지원함 ‘미겔 키스(ESB-5)’가 요코하마 미쓰비시중공업에서 5개월간 대규모 창정비를 받고 출항해, 미 해군 대형 함정이 일본 민간 조선소에서 정비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상선 시장에서는 한국과 중국에 밀렸지만, 군수·정비에서는 여전히 일본이 존재감을 발휘한다. 요코스카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미 해군 수요와 높은 기술·인증 장벽이 일본의 버팀목이다. 전통의 조선 도시 요코스카에서 축적된 정비 역량은 지금도 동맹의 바다 위에서 묵묵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 해군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이 요코스카기지에 입항했다. [출처=연합 ]](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275_698698_5247.jpg)
※ 이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출처 : 이비엔(EBN)뉴스센터(https://www.e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