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시중은행 ATM기.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80237_697492_3940.jpeg)
은행권이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고객 자산을 지키기 위해 예방 시스템 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정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차단과 구제를 위한 법 개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금융사에 ‘무과실 배상책임’까지 추진되는 상황이라 은행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모니터링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금액은 총 497억원으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하면 은행이 연간 6000억원 가량의 고객 자산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는 은행이 막지 못한 사례도 많아 체감 범죄 수준은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5대 은행에서 사기 이용 계좌로 신고돼 지급이 정지된 계좌는 총 13만521개에 달한다.
은행권은 사후조치보다 예방 중심으로 대응 수위를 높이며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금융사기예방 전담부서’를 이달 신설한다. 해당 부서는 금융사기 기획·정책, 사전 예방·대응,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 등 3개 팀, 21명 규모로 출범하며 AI 기반 탐지 체계를 본격 강화한다. 또 20대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캠퍼스 순회 금융사기 예방 교육도 확대한다.
KB국민은행은 모니터링 인력을 기존 11명에서 25명으로 증원해 보이스피싱 패턴 분석 및 집중 탐지에 투입했다. AI가 피해 사례를 스스로 학습해 수상 거래를 사전에 포착하고 계좌 지급정지까지 연계하는 시스템도 고도화했다. 오는 10월 정부 차원의 ‘보이스피싱 AI플랫폼’이 가동되면 데이터 축적을 통해 맞춤형 탐지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딥러닝 CNN 알고리즘을 접목한 지능형 탐지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신종 사기 패턴에도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하나원큐 앱은 비정상 접속·신규 보이스피싱 앱을 실시간 판정해 고객 피해를 차단한다.
농협은행은 의심계좌 모니터링 시나리오를 고도화하고,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안심차단 서비스 채널을 확대했다. 안면인식 인증을 강화해 명의도용 피해도 막고 있다. 신한은행은 전국 영업점에 보이스피싱 전담 창구를 설치, 사기계좌 개설 차단과 피해 고객 지원에 나섰다.
다만 은행권은 정부의 ‘무과실 배상책임’ 법제화 방침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전날 ‘보이스피싱 태스크포스(TF) 발대식 및 당정협의’를 열고 금융회사의 보이스피싱 무과실 배상책임 문제 등을 논의했다.
금융사에 무과실 배상책임이 인정되면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죄자에 속아 직접 자금을 이체한 경우에도 금융회사가 피해를 배상하게 된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과도한 책임 전가”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이해하지만, 보이스피싱은 본질적으로 수사기관과 정부가 앞장서서 근절해야 할 문제”라며 “은행이 모든 피해에 책임을 지라는 식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