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24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80031_697244_513.jpg)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오는 26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시중은행들은 파업에 대비한 비상대응체제를 준비하고 있지만 동참하는 인원은 극히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에 참여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다. 은행 내부에서도 노조의 주장이 과도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전일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휴직자 제외한 조합원 80%(8만명)가 참여, 사실상 노조원 전부가 26일 파업에 동참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노조는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임금 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는데 사측은 물가상승률에 상응하지 않는 낮은 인상률을 제시했다고 주장하며 경고성 파업을 진행한다. 주 4.5일제 도입도 요구하고 있다.
은행 총파업은 2022년 이후 3년여 만이다. 당시에는 한국산업은행 이전과 공공기관 예산 삭감 등 지엽적인 이슈가 주요 쟁점이어서 관심도가 낮았고 파업 참여율도 9.4%로 저조했다. 이번에는 임금 인상, 4.5일제 도입 등 전 은행원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다.
은행 직원들은 4.5일제 도입을 하면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A은행 관계자는 "임금 인상, 4.5일제는 은행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하면 좋겠지만 명분이 부족하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며 "26일 총파업은 형식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정도로 지점 영업이 중단된 파업 사례는 2011년 SC제일은행 파업 등 극히 일부다. 당시 SC제일은행은 개별성과급제도를 거부하며 64일간의 은행권 최장기 파업을 벌였다. 일부 지점이 문을 닫았고 정상영업이 불가했었다.
시중은행들은 파업을 하더라도 대응 메뉴얼대로 비상 체계를 가동해 파업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B은행 관계자는 "부부장 이상 급은 노조원이 아니어서 일선 영업점이 파업에 들어가 고객 응대에 차질이 생길 경우 대체 인력으로 투입된다"며 "파업 참여율이 저조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혹시 모를 중단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는 완료했다"고 말했다.
4.5일제 도입에 대해 아직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이 안정되고 고연봉을 받는 은행권이 근무시간 단축을 주장하는데 대해 국민적 거부감도 상당하다. 4대 은행의 지난해 직원 연봉은 평균 1억1800만원이다. 4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총 8조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가 최대 이익을 거둔 만큼 성과급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아니지지만 최근 롯데카드, SGI서울보증, 웰컴저축은행 등에서 연이어 해킹 사고가 발생해 금융사 보안에 대해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근무 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을 주장하는데 대한 반감도 있다. 금융권이 보안 체계를 재점검 해야 하는 상황에서 파업에 돌입하면 고객 불안감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은행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지점을 찾는 고객 대부분은 금융약자로 여겨지는 고령층이다. 추석을 앞두고 지점을 찾는 고령층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총파업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도 대치된다.
금융노조는 오는 26일 총파업 이후에도 사측과 교섭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2차·3차 파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