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 D램 [출처=SK하이닉스]
 HBM3 D램 [출처=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전체의 80%를 점유하며 주도해 온 시장에 미국 마이크론의 거센 추격과 중국 업체들의 진입이 본격화하자 K반도체의 아성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자립에 나선 중국은 HBM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화웨이는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AI 반도체 '어센드 950PR'·에 자체 개발 HBM인 'HiBL 1.0'을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화웨이의 발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5세대 HBM3E(1.2TB/s)보다 뛰어난 성능을 갖췄지만 업계는 실제 성능은 HBM3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화웨이 외에도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창신메모리(CXMT) 등의 중국 기업들이 HBM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CXMT는 2027년까지 HBM3E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공개했고, YMTC도 HBM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중국의 공세 못지 않게 마이크론의 추격도 거세다.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62%,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로 집계됐다. 마이크론은 지난 1분기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앞섰고 2분기에는 격차를 4%p까지 확대했다.

마이크론은 내년 2분기 HBM4 양산을 선언하며 점유율 25%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최근 2025 회계연도 4분기(6~8월) 실적에선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급증하는 HBM 수요가 실적을 견인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확보한 보조금 60억달러도 마이크론의 경쟁력 강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는 HBM4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적 리더십을 무기로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의 반도체 물량 공세와 마이크론의 지정학적 이점은 중장기적 위험으로 지적된다.

업계는 한국 반도체의 초격차 전략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술 리더십과 고객 확대 전략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미국과 중국처럼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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