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LNG운반선. [출처=각사]](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0972_698337_229.jpeg)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발주 둔화 속에서도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점유율 20%를 회복하며 선방했다. 4분기 북미향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대형 프로젝트 성사 여부가 연말 성적표를 좌우할 전망이다.
1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 세계 선박 발주는 3448만CGT(1912척)로 전년 동기(4014만CGT·2190척) 대비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891만CGT(251척)를 수주해 점유율 26%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점유율(15.2%)과 비교하면 뚜렷한 반등이다.
고금리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공급 과잉 우려로 선주들의 발주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한국 조선업계는 주력 선종의 부재를 메우며 선전하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선은 친환경 연료 전환 움직임 속에서 발주세가 이어지며 업계의 '효자' 선종으로 꼽힌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을 중심으로 대형 발주가 지속되며 국내업계의 수주고를 채우고 있다.
조선 빅3의 수주 실적도 탄탄하다. 한화오션은 이날 북미 선주사로부터 3534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계약을 발표했다. 이를 포함해 올해 컨테이너선 13척, LNG운반선 6척, VLCC 12척, 쇄빙연구선 1척 등 총 32척을 수주해 63억2000만 달러를 확보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93척, 123억7000만 달러를 따내며 연간 목표(180억5000만 달러)의 68.5%를 달성했다. 특히 HD현대미포조선은 올해 피더 컨테이너선만 21척을 확보하며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실적을 올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말 오세아니아 선주로부터 원유운반선 2척(2373억원)을 수주했다. 이로써 LNG운반선 7척, 셔틀탱커 9척, VLCC 6척 등을 포함해 총 27척, 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제시한 연간 목표 98억 달러의 절반을 넘어선 수치다.
업계의 시선은 4분기에 쏠려 있다. 컨선 시장에서는 글로벌 2위 선사 머스크(Maersk)의 초대형 발주가 눈에 띈다.
머스크는 LNG 이중연료 추진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 발주를 검토 중이다. 확정 물량만 6척, 규모는 최대 2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한국 조선사가 기술력과 함께 미국의 대중 제재 환경을 무기로 수주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와 중동의 LNG 프로젝트도 있다. 미국은 루이지애나와 포트아서 프로젝트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9년 이후 인도를 목표로 한 대형 발주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에너지업체 셈프라는 최근 140억 달러 규모의 LNG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투자결정(FID)을 내렸다.
주요 에너지업체들의 발주도 가시화되고 있다. 호주 우드사이드에너지는 LNG운반선 16~20척 발주 방안을 조선사들과 협의 중이다. 업계는 이 결정이 LNG운반선 20척 발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정영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시화된 프로젝트에 필요한 대형 LNG운반선은 총 80척에 이를 것"이라며 "2029년부터 본격 가동을 앞둔 만큼 발주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도 있다. 중국 조선소는 LNG선 건조 능력을 빠르게 키우며 추격에 나서고 있다. 최근 다롄조선중공업(DSIC)은 자사 최초로 건조한 LNG운반선을 선주사에 인도했다. 클락슨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계는 현재 82척의 대형 LNG운반선 발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한국 조선이 고부가가치 선박과 친환경 선종에서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한 주도권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잠잠했던 LNG선 발주가 글로벌 업체들의 발주로 재시동을 걸고 있다"며 "머스크 발주와 북미 LNG 프로젝트 성사 여부가 연말 성적표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