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등록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기자설명회에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출처= 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등록 민간임대주택 활성화 기자설명회에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출처= 서울시]

서울시가 얼어붙은 민간임대주택 시장의 공급 병목을 풀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민간임대 규제와의 전쟁에 나서겠다”며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결이 다른 강도 높은 규제 완화·금융 지원책을 직접 발표했다. 대출 제한과 보증보험 요건 강화로 위축된 민간임대시장을 민간 주도형으로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공급 절벽에 직면한 민간임대

현재 서울 내 등록 민간임대주택은 41만6천 호로, 전체 임차 시장의 20%를 차지한다. 하지만 신규 공급은 사실상 끊겼다. 2018년 신규 등록 임대사업자는 3만 명이었지만 지난해 2천 명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반기별 평균 3만6천 호에 달했던 착공 물량도 지난해 2천 호 수준에 그치며 90% 이상 줄었다.

2015년 도입된 민간임대특별법은 세제 혜택을 앞세워 등록을 유도했으나, 2018년 이후 세제 축소와 2020년 단·장기 아파트 임대 폐지 등 정책 변화가 연이어 발생했다. 여기에 2022년 ‘빌라왕 사건’으로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시장이 급속히 위축됐다.

반면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학생, 사회초년생, 1~2인 가구, 유학생·방문외국인 등 다양한 임차 수요층이 늘어나면서, 공급 부족은 곧바로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졌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을 통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규제 풀고 절차 단축

서울시는 우선 건축 규제를 완화해 개발 가능 부지를 확대한다. 소규모 오피스텔 접도 조건을 기존 20m에서 12m로 낮춰 보조간선변까지 건축이 가능해졌다. 또한 오피스텔 건축위원회 심의 대상 기준을 ‘30실 이상’에서 ‘50실 이상’으로 완화해 중소규모 오피스텔은 심의 없이 빠르게 건축할 수 있다.

추가로 용적률 확보를 위해 일조사선 규정 완화와 도시형 생활주택 층수 제한 완화(1층→2층)를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인허가 기간 단축을 위해 ‘신속인허가협의체’를 운영하고, 건축계획 사전검토제를 도입해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인허가 절차를 동시에 진행한다. 해체·굴토·구조심의도 병행 추진해 사업자 부담을 덜겠다는 구상이다.

전세사기 방지와 임차인 보호

서울시는 이달 말 ‘AI 전세사기 위험분석 리포트’를 도입한다. 임차인은 주택 주소를 입력해 등기부등본,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등 13개 항목을 확인할 수 있다. 임대인이 동의할 경우 DSR·채무불이행 현황 등 11개 항목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시는 임대 가이드라인 제정과 민관협의회 정례화 등을 통해 임대인·임차인 간 불필요한 분쟁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는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임대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반 조치다.

금융지원·정부 건의 병행

민간임대사업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서울시는 정부의 주택도시기금 출자 비율 축소(14%→11%)를 보완하기 위해 내년부터 ‘서울주택진흥기금’을 활용, 민간임대리츠에 출자한다. 리츠 대출이자의 2%도 지원한다.

아울러 정부에 임대사업자 대출 제한(LTV 0%) 완화, 축소된 장기임대에 따른 종부세·양도세 혜택 조정 등도 건의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보증보험 가입 기준 완화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오세훈 “사업자 죄악시 시각부터 버려야...민간이 답”

오 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 정부 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민간 임대시장은 정부의 보증보험 요건 강화, 대출 원천 봉쇄 등으로 완전히 얼어붙었다”며 “민간임대 규제와의 전쟁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임대주택이 많이 공급되길 바라면서 사업자를 죄악시하면 공급이 되겠나”라며 “정부는 사업자를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지만, 우리는 공급 주체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부는 사업자를 죄악시하는 모순된 시각을 버리지 않는 한 시장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발표한 ‘신속통합기획 2.0’에 이어 이번 대책을 두 번째 민간 중심 공급 확대 전략으로 규정했다. 공공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에서다. 오 시장은 “청년·1~2인 가구의 생활 기반을 지탱하는 비아파트 임대주택은 필수적”이라며 “민간 주도의 신속한 공급으로 병목을 풀고 시장 활력을 되살리겠다”고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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