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내 명품 시장에 ‘한정 패키지’와 ‘가격 인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프로모션에 인색했던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올해는 이례적으로 한국 시장을 겨냥한 기획전을 선보이며 추석 수요를 정조준하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불가리는 최근 공식 온라인몰에서 전통 보자기 포장과 노리개 장식이 포함된 추석 한정 패키지를 내놓고 명절 분위기를 한층 살렸다.
디올도 ‘추석 여성 기프트’, ‘추석 남성 기프트’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기획전을 열고 ‘달 보자기’ 포장을 적용한 선물 제안을 시작했다. 루이비통은 ‘가족을 위한 선물’이라는 콘셉트로 소비자 접근을 유도하며 국내 고객 맞춤 마케팅에 나섰다.
이처럼 고급스러움과 희소성을 내세워 별다른 할인 없이 판매되던 명품 브랜드들이 자발적으로 시즌 한정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업계는 한국 소비자의 높은 명절 선물 수요와 고급 소비 성향을 주목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명품 브랜드들은 추석을 앞두고 가격 인상도 단행했다. 디올은 지난 9월 24일 가방·주얼리·의류 등 주요 품목의 국내 판매가를 평균 3% 인상했다. 대표적으로 ‘뚜즈흐 미디엄 백’은 53만원에서 55만원으로, ‘쁘띠 CD 럭키 스타 귀걸이’는 59만원에서 61만원으로 각각 가격이 올랐다. 올해 들어서만 디올의 세 번째 가격 인상이다.
금값 상승도 가격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들어 금 시세가 꾸준히 오르면서 주얼리 및 시계 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까르띠에는 2월과 5월에 이어 이달에도 일부 제품 가격을 2~4% 인상했다. 리치몬트 그룹 소속의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도 지난 15일 국내 제품가를 조정하며 이 흐름에 동참했다.
이 같은 연이은 가격 인상은 중고 명품 시장의 활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 중심으로 새 제품 수준의 민트급 중고 명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높은 희소성과 가격 대비 만족도를 고려해 합리적인 대안을 택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전통적으로 프로모션에 인색했지만, 최근 시장 위축 등을 의식한 듯 한국 시장을 겨냥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제품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중고 시장이 하나의 유통 채널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관련 시장 내 특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