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전통적인 패션의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6740_693414_3916.jpg)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전통적인 패션의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은 최근 레스토랑과 카페를 열고 화장품 라인을 론칭하며 F&B(식음료)와 뷰티 산업에 적극 진출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고정관념을 깨는 명품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읽힌다. 비교적 문턱이 낮은 제품과 경험 중심의 공간을 통해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명품 소비국 중 하나인 한국은 이를 실험하기 위한 주요 테스트베드(실험장)로 주목받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이날 서울 청담동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에 국내 최초 상설 레스토랑 ‘르 카페 루이비통’을 개장했다. 그간 프랑스, 미국, 일본 등에서 팝업스토어 및 컬리너리 커뮤니티 형태로 외식 사업을 운영해왔지만, 한국에서의 상설 매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루이비통은 이에 앞서 브랜드 역사상 첫 화장품 라인 ‘라 보떼 루이비통’을 글로벌 115개 매장에서 동시 출시하며 립스틱 55종과 립밤 10종, 아이섀도 팔레트 8종 등 총 73종의 컬렉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제품 디자인은 독일 출신 산업 디자이너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맡았으며, 가격은 립스틱 기준 약 22만원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구찌 역시 식음료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이태원 ‘구찌 가옥’ 6층에 자리한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이탈리아 미슐랭 셰프 마시모 보투라와 협업해 기획된 공간이며 피렌체, LA, 도쿄에 이어 네 번째 레스토랑으로 알려졌다. 브랜드 측은 오는 10월에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5층에 리뉴얼된 신규 레스토랑 공간도 문을 열 예정이다.
프라다 역시 이 같은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에서 프라다 뷰티를 론칭한 데 이어, 올해 서울 성수동에 국내 첫 부티크 매장을 열었다. 이달 22일에는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프라다 핸드크림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 3월에는 중국 상하이에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브랜드 체험 영역을 확장 중이다.
에르메스와 디올도 한국 시장에서 카페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넓히고 있다. 에르메스는 청담동 ‘메종 도산 파크’ 지하에 ‘카페 마당’을, 디올은 청담과 성수에 각각 ‘카페 디올’을 운영 중이다. 기업들은 각각의 공간들이 단순 휴식처를 넘어 일상 속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라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명품 업계 전반의 위기 대응 전략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명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3% 줄었고, 올해는 축소 폭이 25%로 더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0% 하락했으며 회복세도 더뎠다.
실제로 루이비통, 디올 등을 보유한 LVMH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 영업이익은 15% 감소했다. 구찌의 모회사 케어링그룹도 같은 기간 매출이 16% 줄었다. 프라다는 지난해 한국에서 17.4%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5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명품 업계의 부진 원인으로는 팬데믹 이후 무리한 가격 인상, 중고 명품 시장의 성장, 그리고 소유보다 체험 중심으로 변화한 소비 트렌드 등이 지목된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명품 브랜드들은 비교적 가격 부담이 적으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체험할 수 있는 뷰티 제품과 외식 공간을 통해 새로운 고객층과의 접점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천만 원짜리 가방보다 수십만 원대 립스틱과 5만원대 만두가 브랜드 입문 고객에게 훨씬 접근성이 높다”며 “뷰티와 F&B는 단순 부가 사업이 아니라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장기적 유입을 유도하는 전략적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시장은 이러한 전략이 실현되는 주요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은 1인당 명품 소비에서 여전히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신제품 반응이 빠르고 트렌드 파급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최초 공개’, ‘세계 최초 론칭’이라는 문구를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외식업은 화제 전환 속도가 빠르고 운영비나 매장 관리 방법이 본업인 패션과 차이가 커 사업 장기 존속에 우려 공존하기도 한다.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과 감성을 F&B와 뷰티에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포트폴리오 확장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시 말해 명품 브랜드들이 외식업, 화장품업에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고급 인테리어에 머무르지 않고 음식과 공간 전반에 개별 브랜드 스토리를 입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의 F&B와 뷰티 진출은 단순한 부가사업이 아니라, 소비자 여정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적 포트폴리오 확장으로 봐야 한다”며 “특히 한국은 1인당 명품 소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동시에 신제품 수용 속도가 빠른 시장이기 때문에, ‘세계 최초 론칭’과 같은 실험적 시도가 집중되는 거점이다. 다만 패션과는 달리 사업 운영 방식과 수익 구조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브랜드의 핵심 코드를 경험 요소에 얼마나 정교하게 이식하느냐가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