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자리한 ‘푸에기아 1833’ 매장 모습. [출처=신세계면세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6287_692886_2217.jpg)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3년 차,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쇼핑 1번지’ 명동 시내 거리에 다시 여행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면세점 매출 회복 속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 ‘여행객 증가=매출 확대’라는 과거의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면세업계는 ‘단독’ ‘최초’ 프리미엄 브랜드 유치와 체험형 매장 확대라는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28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면세점 이용객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수준의 70~80%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매출은 엔데믹 초기 반짝 회복세 이후 더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면세업계는 고환율 부담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중국·동남아 단체관광 회복 지연, 단체관광 중심에서 개별여행(FIT)으로의 수요 전환, 명품·럭셔리 구매처 다변화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여행객은 돌아왔지만 면세점에서 대규모로 구매하는 패턴은 사라졌다”며 “특히 과거 ‘큰손’이었던 중국 단체관광객의 공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세계면세점은 희소성 있는 브랜드 유치로 차별화에 나섰다.
명동점에 국내 시내 면세점 최초로 니치 퍼퓸 브랜드 ‘푸에기아 1833’과 ‘BDK퍼퓸’ 매장을 열었다. 두 브랜드는 세계 400병 이하만 생산하는 극소량 한정 방식으로, 마니아들 사이에선 소장 가치가 높은 ‘컬렉터블 향수’로 통한다.
명동점에서는 기존 인천공항점에서 판매되던 20종에 더해 익스클루시브 10종을 포함, 총 30종 컬렉션을 선보였다. 특히 ‘BDK 퍼퓸 X 에딧 카롱 컬렉션’은 한국 단독 론칭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희소성을 갖췄다.
또 신세계면세점은 국내 시내점 최초로 ‘프라다 뷰티’ 매장을 오픈했다. 지난해 인천공항 2터미널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이 매장은 프라다의 브랜드 정체성을 반영한 공간 디자인과 1 대 1 맞춤 컨설팅을 통해 단순 쇼핑이 아닌 ‘브랜드 경험의 무대’를 제공한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명동 본점이 글로벌 고객들에게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문화적 영감을 주는 무대로 자리 잡았다”며 “세계적 니치 브랜드를 지속 선보여 차별화된 체험 가치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고가 시계·주얼리 카테고리 강화에 집중한다. 최근 3개월간 명품 시계·주얼리 매출은 직전 동기 대비 25% 증가했고, 쇼메·프레드·메시카·포멜라토 등 단독 브랜드 매출은 평균 30%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세를 기반으로 롯데는 이탈리아 하이주얼리 메종 다미아니 명동본점 매장을 리뉴얼 오픈하며 고가 카테고리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프리미엄 시계와 주얼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차별화된 포트폴리오와 매장 환경 개선을 통해 카테고리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면세업계의 이러한 차별화 전략은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정책과 맞물려 의미가 크다. 비자 발급 비용과 절차 없이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단체 관광객 유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체객은 개별관광객보다 객단가가 높으며, 매출 비중에서 최대 70%를 차지해 업계 수익성 개선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에 면세업계는 중국 현지 사무소를 통해 단체 유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결제 편의성과 할인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면세업계 관계자는 “무비자 입국이 호재인 건 분명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단체객이 돌아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단체객과 VIP·FIT까지 아우를 수 있는 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면세 시장에서도 ‘프리미엄+체험형’ 전략은 대세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루이비통·샤넬 부티크에 전용 VIP 라운지를 도입해 ‘럭셔리 공항 쇼핑’을 선도하고 있으며, 일본 도쿄 시내 면세점은 애플·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해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결국 엔데믹 이후 면세업계의 과제는 단체객 의존도를 줄이고, VIP와 FIT까지 끌어안는 포트폴리오 전환이다. 단독·최초 브랜드 유치와 프리미엄 경험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구조적 전략이라는 의미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단체관광객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앞으로는 희소성 있는 브랜드, 체험형 매장, 프리미엄 상품으로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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