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실적은 면세업계가 여전히 외부 변수에 취약한 산업 구조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줬다. ‘유커(遊客·중국 단체 관광객)’ 귀환은 반가운 호재지만 임대료 부담과 소비 트렌드 변화라는 근본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반등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4830_691191_225.jpg)
올해 상반기 부진에 시달린 면세업계가 하반기 실적 반등을 위한 핵심 열쇠를 ‘유커(遊客·중국 단체 관광객)’에서 찾고 있다. 정부가 다음 달 29일부터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국경절 연휴를 기점으로 관광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분기 실적에서 드러난 것처럼 공항 임대료 부담과 달라진 소비 패턴은 여전히 구조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8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빅4의 올 2분기 실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롯데면세점은 매출 66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3% 감소했으나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간 롯데는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 218억원을 달성했다.
현대면세점은 매출 29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고, 영업손실도 13억원으로 전년보다 26억원 줄며 회복세를 보였다. 반면 신라면세점은 매출이 8502억원으로 2.1% 늘었지만 영업손실 11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으며 신세계면세점도 매출이 6051억원으로 22.9% 늘었음에도 불구, 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와 현대가 수익성 개선의 실마리를 찾은 반면 신라와 신세계는 적자에 빠졌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의 임대료 체계가 지난 2023년 7월부터 ‘매출 연동’에서 ‘여객 1인당 단가’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공항 내 매장 운영비가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라와 신세계는 공항 매장만 놓고 볼 때 매달 최소 50억원 이상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면세업계는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유커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롯데월드와 전망대 등 계열사와 연계한 단독 관광상품을 준비하며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현지 사무소를 통해 MICE 단체를 유치하고 있고, B1A4 진영 등 한류 스타를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BTS 굿즈 매장과 K-뷰티 독점 라인업을 앞세워 팬덤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으며 현대면세점은 알리페이 등 간편결제 인프라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면세업계는 과거와 같은 매출 폭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화장품과 향수 매출은 2019년 대비 53%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 반해 대신 명품 부티크와 패션, 올리브영 같은 로컬 매장이 중국인 관광객의 주요 소비처로 부상하고 있는 게 크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중국인 관광객은 공항 쇼핑보다 체험형 소비를 선호한다”며 “올해 객단가(1인당 평균 구매액)도 2019년 대비 40% 낮아졌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의 면세점들은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구조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일정 매출 이상부터 임대료를 부과하는 탄력형 구조를 운영하고 있으며, 홍콩국제공항은 매출 연동과 고정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도입해 업계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일본은 면세점 대신 도심형 드럭스토어나 패션 매장을 외국인 소비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임대료 고정비 구조에 묶인 채 따이궁(代工·보따리상)과 유커 의존도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커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 과도한 송객 수수료로 업계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K-콘텐츠, K-푸드, K-컬처 등 외국인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상품 경쟁력이 돌파구가 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임대료 구조 개편과 상품 다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단순히 유커 귀환에 의존하는 전략은 단기 효과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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