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이 지난 6월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앞에서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6853_693539_3420.jpg)
여름 휴가철 성수기인 지난 7월에도 면세업계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외국인 방문객은 늘었지만 매출이 오히려 줄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계절적 요인이 아니라 관광·항공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2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면세점 매출은 9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전월 대비 15.2% 감소하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1월(9540억원)보다도 쪼그라든 수치다.
눈에 띄는 대목은 방문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줄었다는 점이다. 외국인 방문객은 99만 명으로 전년보다 25% 늘었지만 매출은 6405억원으로 14.2% 감소했다.
과거 단체 관광객과 다이궁(보따리상)이 명품·화장품을 대량 구매하며 매출을 견인하던 구조가 자유여행(FIT) 확산으로 분산·소액 소비 패턴으로 바뀐 결과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여행지에서 체험과 취향 위주 소비를 중시하는 자유여행객이 늘면서 예전처럼 한 명이 수천만원씩 결제하는 매출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산업 구조 변화도 면세점 매출에 직격탄이 됐다. 코로나19 이후 저비용항공사(LCC)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되면서 대형 항공사 패키지 의존도가 줄었다.
동시에 항공사들이 자체 기내 면세, 온라인 사전 주문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공항 면세점의 매출 비중이 축소됐다.
여행업계의 판도 역시 달라졌다.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을 통한 자유여행 예약이 확산되며, 전통적인 ‘여행사·면세점 연계 판매’ 모델이 약화된 것이다.
반대로 내국인 매출은 상승세를 보였다. 7월 내국인 매출은 2795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늘며 올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방문객 수도 159만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는 면세점이 더 이상 외국인 전용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내국인 여행객을 포괄하는 복합 관광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내국인 전용 혜택 강화, K-컬처·K-푸드 체험존 확대 등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부진은 ‘체질 개선’ 과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면세점은 다이궁 의존도를 줄이고 인천공항 고임대 부담을 줄인 결과 매출은 감소했지만 2분기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했다.
반면 신라·신세계면세점은 매출 증가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다이궁 의존도를 50% 이상 줄이며 수익성 중심 기조로 전환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질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향후 과제는 관광·항공 산업과의 연계를 어떻게 재구축하느냐다.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와의 제휴, K-컬처 공연·축제와 결합한 체험형 패키지, 항공 마일리지 연계 등 새로운 협업 모델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은 이제 쇼핑 목적지를 넘어 여행 경험의 일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항공사, OTA, 호텔·리조트, 지자체 관광과의 연계 없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