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소비의 무게추 일부가 ‘새 옷 구매’에서 ‘되파는 소비’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불황형 소비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은 신상품 대신 중고 제품을 택하거나 쓰던 옷을 되팔아 소비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지출을 조정하고 있다. [출처=오픈AI]
패션 소비의 무게추 일부가 ‘새 옷 구매’에서 ‘되파는 소비’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불황형 소비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은 신상품 대신 중고 제품을 택하거나 쓰던 옷을 되팔아 소비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지출을 조정하고 있다. [출처=오픈AI]

패션 소비의 무게추 일부가 ‘새 옷 구매’에서 ‘되파는 소비’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불황형 소비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은 신상품 대신 중고 제품을 택하거나 쓰던 옷을 되팔아 소비 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지출을 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패션업계는 단순한 개인 간 거래에 머물렀던 중고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리세일(Resale) 플랫폼을 자체 구축하고 중고 의류 유통을 수익화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브랜드가 중고 거래를 주도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충성도를 높이는 락인(lock-in) 장치로까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중고 패션 시장이 2027년 3420억 달러(약 479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3년 대비 48.7% 증가한 수치다. 국내 중고 플랫폼 번개장터 역시 2024년 1분기 중고 패션 거래액이 약 64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은 이 흐름을 수익 기회로 포착하고 ‘공식 리세일 플랫폼’을 속속 구축하고 있다. 과거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개인 간 거래 중심의 시장이었던 중고 패션 분야에 이제 브랜드가 직접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리세일 시장에 기업이 직접 뛰어드는 이유는 명확하다. 위조품·가품 우려가 큰 패션 중고시장에서 브랜드가 인증·검수한 공식 거래 플랫폼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유리하다. 동시에 판매자가 받은 보상 포인트를 자사몰·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재구매를 유도하는 락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가장 먼저 이 시장에 발을 들인 곳은 코오롱FnC다. 2022년 마들렌메모리와 손잡고 업계 최초로 ‘오엘오 릴레이 마켓’을 도입했다. 코오롱스포츠, 슈콤마보니, 럭키슈에뜨 등 자사 브랜드 제품을 대상으로, 중고 의류를 회수해 등급을 나누고 평균 60~80%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한다. 소비자에게는 자사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에코론 포인트’를 차등 제공해 브랜드 생태계 내 소비 순환을 유도하고 있다.

LF는 지난 9월 ‘엘리마켓(L RE:Market)’을 론칭하며 본격적인 리세일 시장 진입을 알렸다. 브랜드 리세일 솔루션 전문업체 마들렌메모리와 제휴해 시스템을 구축했고, 판매자는 중고 의류를 제출하면 LF가 수거·검수·매입가 산정·재판매까지 일괄 처리한다.

판매자에게 보상으로 지급되는 ‘엘리워드(L RE:Ward)’는 LF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리워드 유효기간은 5년으로, 브랜드·제조연도·품목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헤지스, 닥스, 마에스트로 등 주요 브랜드를 포함해 현재 15개 브랜드가 거래 대상이며, 향후 확대될 예정이다.

무신사도 지난 8월 ‘무신사 유즈드’를 출시하며 리세일 경쟁에 합류했다. 무신사 앱 내에서 신청하면 유즈드백이 배송되고, 판매자는 여기에 제품을 담아 집 앞에 두기만 하면 된다. 이후부터는 수거부터 세탁, 촬영, 배송, 정산까지 전 과정을 무신사가 모두 맡는다.

무신사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 출시 2주 만에 1만명 이상이 판매에 참여했고, 입고된 상품 수는 6만점을 넘겼다.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 여부와 상관없이 2만개 이상의 브랜드를 거래 대상으로 삼아 시장 외연을 넓히고 있다.

백화점도 움직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자사 및 더현대닷컴에 입점한 130여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바이백’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객이 의류 판매를 신청하면 검수 후, 중고 시세만큼을 ‘H포인트’로 보상해준다.

롯데백화점은 ‘그린 리워드’ 서비스를 통해 2019년 이후 제조된 제품을 수거하고 최대 28만원 상당의 엘포인트를 제공한다. 두 백화점 모두 중고 제품을 자사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환급하는 구조를 통해 고객 락인 효과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중고 거래 확산이 아니다. 업계는 ‘되판 경험’을 브랜드와 고객을 연결하는 전략적 접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판매자는 번거로운 개인 간 거래 없이 정품 인증된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고, 구매자는 브랜드가 검수한 제품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재고 회수 및 재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ESG 경영 차원에서 자원 순환의 사회적 책임도 이행할 수도 있다.

시장 성장성도 뚜렷하다.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국내 리커머스 시장은 올해 7조2500억원 규모에서 2029년까지 10조3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중 중고 의류 시장만 놓고 보면, 지난해 5조6000억원에서 2028년 1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 역시 아시아·태평양 중고 패션 시장 규모가 2024년 75조원에서 2034년 228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리세일은 단순한 중고 거래를 넘어 브랜드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전략적 플랫폼”이라며 “자사몰, 보상 포인트, 정품 인증이 결합된 구조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브랜드 생태계를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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