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명절을 앞두고 유통업계가 협력사 대금 정산을 앞당기며 상생 행보에 나섰다. 주요 기업들이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를 고려해 납품대금 총 4700억원가량을 조기 지급하면서, 중소 협력사들의 자금 흐름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입점 브랜드 정산 대금 약 1650억원을 조기 지급했다고 밝혔다.
무신사 관계자는 “소비 침체와 이상기후로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긴 연휴가 예정된 추석을 맞아 협력사들의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무신사와 자회사 29CM에 입점한 브랜드 수는 각각 1만개 이상이며 1차 정산은 지난달 30일, 2차는 이달 15일에 집행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도 납품대금을 최대 15일 앞당겨 총 2000억원을 지급했다. 지급 대상은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SSG닷컴 등 주요 계열사와 거래 중인 1만여개 협력사다. 신세계는 고금리·고물가 상황 속에서 상여금, 원자재 구매 등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를 고려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달 25일부터 767억원 규모의 거래 대금을 조기 지급했다. 대상은 원부자재·용기·제품 등을 공급하는 600여개 협력사다. 이상목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대표는 “예정일보다 최대 14일 앞당겨 지급한 것은 상생 경영의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력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공영홈쇼핑도 900여개 중소기업·소상공인 협력사에 240억원 규모의 판매대금을 8일 앞당겨 지급했다. 지난 1일부터 유통망 상생결제 협력사는 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다.
생활뷰티기업 애경산업은 67개 협력사에 총 82억원의 납품대금을 당초보다 최대 5일 앞당겨 지급한다. 회사 측은 “추석 전 자금 확보가 필요한 협력사를 돕고자 한 조치”라며 “지속 가능한 상생 문화 정착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도시락은 지난달 22일 주요 식자재와 용기를 납품하는 34개 중소 협력사에 약 26억원을 조기 지급했다. 한솥 측은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협력사 자금 부담이 커지고 있어 명절을 앞두고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의 이 같은 조치는 경기 침체와 연휴로 인한 대금 회수 지연 우려가 겹친 협력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발성 지원이 아닌 상생 문화가 지속되려면 이러한 조치가 명절 외 평시에도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