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534_698964_942.jpg)
올해 들어 금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금 선물가격은 이번 주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했으며 이는 과거 9·11 테러 직후나 2008년 금융위기, 팬데믹 시기보다도 가파른 상승세다.
9일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금은 올해 들어서만 54% 상승해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당시 미국은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등세가 '세계 경제 불안'의 징후라고 진단한다.
이번 금값 상승이 주목받는 이유는 강세장을 이어가는 주식시장과 동시에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빅테크 기업에 집중 투자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동시에 안전자산인 금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데이비드 코톡 쿠버랜드 어드바이저스 공동창립자는 "주식시장과 금은 전혀 다른 리듬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며 "이례적인 자산 흐름은 투자심리의 양극화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금값 상승의 배경에는 장기화된 인플레이션 우려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자리한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4년 반 넘게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으며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의 관세 인상 조치로 무역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 차기 총리가 저금리 정책과 재정확대를 지지하며 글로벌 금리 흐름을 흔들고 있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으로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중단되면서 경기 판단의 불확실성도 높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세계의 회복력은 아직 완전히 시험받지 않았다”며 “급증하는 글로벌 금 수요가 그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금값 급등에는 달러 약세도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러 가치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금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의 해외자산을 동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러한 제재 조치는 외국 정부들로 하여금 ‘보유 자산을 어디에 두는 것이 안전한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낳았다.
월가 주요 기관들도 금값 상승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앙은행과 개인투자자의 지속적 매수세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내년 말 금값은 온스당 49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헤지펀드 억만장자이자 시타델 창업주 켄 그리핀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달러보다 금을 더 신뢰하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 중심의 자산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는 달러 가치 하락뿐 아니라 세계 금융 질서의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