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삼성금거래소]
[출처=삼성금거래소]

세계 금시장이 다시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국제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하면서 금 투자가 실물과 금융 시장 양쪽에서 동시에 과열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는 실물 거래가 활기를 띠고, 국내에서는 금통장과 골드바를 중심으로 투자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불과 2년 전만 해도 온스당 2000달러 아래에서 거래되던 금값이 이제 주식시장을 압도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금은 21세기 들어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지난주 일시 조정 이후에도 4000달러를 회복했으며,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 속에 다시 ‘자산 피난처’로 부상했다.

외신에 따르면 뉴욕 현지에서는 금 세공상과 거래상들이 연일 붐비고 있다. 현지 거래상들은 고객들이 금을 장신구가 아닌 ‘비상 통화’ 혹은 ‘위기 대응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실물 수요가 늘면서 중고 금제품의 재매입과 가공 거래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 같은 ‘실물로의 회귀’ 흐름은 국가 차원에서도 뚜렷하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다시 금을 비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 약화가 이어지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 매입이 확대되고 러시아 자산 동결 이후에는 ‘중립 자산’ 선호가 더욱 강화됐다. 세계금협회(WGC)는 지난해 중앙은행의 순매입량이 55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금을 향한 자금 이동은 감지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누적 잔액은 최근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올해 들어 잔액이 두 배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열기는 실물 시장으로도 번지며 은행의 골드바 판매량은 이미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섰고, 창구마다 소액 골드바를 찾는 개인이 늘고 있다. 온라인 채널에서는 1g 단위 금 거래가 빠르게 확대되며 ‘디지털 골드 투자’로의 확산세도 뚜렷하다.

증권가에서는 금값 급등 국면에서도 개인 매수세가 유지되는 현상을 “불안심리의 반영”으로 해석하고 있다.

DB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번 급등을 “달러 유동성과 경기 둔화가 결합한 결과”로 진단했다. 강현기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전환이 단기적으로 금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미국채 등 대체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며 향후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세가 단기적 과열인지, 장기적 구조 변화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진다. 일부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게 선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또 다른 측에서는 “지정학 리스크와 부채 부담이 남아 있는 한 금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 경제평론가 도미닉 프리스비는 “금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는 순수한 자산이며, 누구의 부채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금이 가진 ‘부채 없는 가치’가 불확실한 시대의 신뢰를 대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DB증권은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가 금값을 지탱하겠지만,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금과 미국채의 비중을 병행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이 단기 변동을 넘어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사한다고 평가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이제 금을 장식품이 아닌 헤지 수단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는 금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진 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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