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본사 [출처=현대자동차·기아]
현대자동차그룹 양재동 본사 [출처=현대자동차·기아]

미국 관세 영향 속에서도 외형 성장을 공언한 현대자동차·기아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3분기 판매 실적을 갈아치우는 데 성공했다. 다만, 양국 정부가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데 실패하면서 영업이익 감소 폭은 2분기 대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는 견조한 펀더멘탈(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중장기적 전략을 펼치겠다고 선언했지만, 경쟁사 대비 타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응책을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3분기 미국 판매 실적을 바탕으로 외형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대차의 3분기 글로벌 판매 추정치는 104만3892대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어난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에서 같은 기간보다 12.7% 뛴 26만538대(제네시스 포함)를 판매, 역대 3분기 최다 판매 실적을 갈아치운 것으로 분석됐다. 

기아는 지난 1962년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 이래 역대 3분기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2.8% 증가한 78만4995대를 판매해 새 역사를 썼다. 특히 미국 판매량이 11.1% 늘어난 21만9637대로 집계, 기아의 신기록을 이끌었다.

앞서 양사는 관세 영향 속에서도 판매 가격 인상 등 소비자가 반발할 만한 정책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판매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다만, 핵심 경쟁국인 일본이 자동차 관련 관세를 총 25%에서 15%로 내리는 데 성공했다. 이에 현대차·기아의 전략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약속대로 외형 확대에 성공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과제는 달성했지만,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차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44조7373억원, 2조6775억원으로 분석했다. 매출은 4.2% 늘지만, 영업이익이 25.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은 각각 27조5543억원, 2조3974억원으로 분석됐다. 기아 역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9% 늘며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지만, 영업이익은 16.8%가량 줄어들 것으로 봤다.

특히, 양사가 3분기부터 미국 관세 부담을 오롯이 감당하면서 수익성 타격은 커졌다. 2분기까지 현대차·기아는 관세 발효를 앞두고 비축했던 비관세 재고 등을 통해 수익성 악화 폭을 줄였다. 그러나,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시기마저 늦춰짐에 따라 관세 타격이 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현대차·기아의 3분기 미국 관세 비용을 각각 1조5000억원, 1조23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2분기 관세 비용의 1.6∼1.8배 수준이다. 앞서 현대차는 8282억원, 기아는 786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발생한 바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인건비, 품질 비용보다 3분기 영업이익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미국발 25% 관세 영향이 반영된다는 것"이라며 "현대차는 약 15만대, 기아는 14만2000대 물량에 관세 영향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가 트럼프발(發) 관세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4분기 실시될 정기 인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안을 고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12월에 진행하는 연말 인사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